이재준 언론인

 
중국은 지금 영화열풍에 빠져있다. 최대 재벌기업인 다련의 완다(萬達)그룹이 얼마 전 산둥성 청도에 할리우드와 차이나를 합친 찰리우드(東方影都)를 착공했으며 유명배우 디카프리오, 니콜 키드먼, 존 트래볼타 등을 초청, 위세를 과시했다.

완다그룹 왕젠린(王健林) 회장은 부동산개발로 재벌이 된 50대 후반의 의욕적인 기업가다. 그의 재산은 공식 통계로 24조에 달하며 중국 랭킹 1위에 마크 되고 있다. 왕젠린은 부동산개발을 시작으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그들의 사업에 문화를 포장한다.

부동산, 백화점, 호텔, 유통 등 각종 사업과 연결시킨 것이 바로 영화산업이다. 그는 현재 중국에 6천 개의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인 AMC를 26억 달러에 사들여 아메리카를 충격에 빠뜨렸다. 앞으로 매년 1백여 편에 달하는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의욕을 편다.

재미난 것은 왕 회장이 중화 문화애국주의자란 점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아이언맨3’을 보고 그는 개탄했다.

제작사인 디즈니 사가 ‘중국배우와 소비자를 존경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미국영화에 출연한 중국 톱스타의 역할이 너무 비중이 작았다는 것이다. 왕 회장의 이런 중화 자존심이 칭다오 플랜을 적극추진하게 된 동기가 아닐까.

그가 영화에 투자하면서 또 노리는 부분은 3D(Three Dimensional) 산업이다. 중국에서는 지금 3D 열풍과 함께 이를 상영하는 영화관도 수없이 늘어나고 있다. 3D TV방송국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얼마 전 한국에서 흥행에 참패한 3D영화 ‘미스터 고’가 중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사실을 보면 3D에 대한 대륙의 열풍을 가늠할 수 있겠다.

그런데 한국의 3D영화에 대한 기술력은 헐리웃을 능가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많은 미국 영화인들이 한국에서 2D 영화를 3D로 변환하여 가지고 간다. 세계인에 감동을 준 타이타닉, 아바타와 같은 영화의 3D 변환도 한국기술진에 의해 이뤄졌다. 헐리웃보다 값이 저렴하고 정밀도가 뛰어난 것이 한국의 3D 기술이다.

그런데도 지금 한국은 잠을 자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 추진 중인 디즈니랜드 사업도 지지부진하며 3D에 관한 국가적 마스터플랜도 없다. 몇 년 전 일부 지자체들이 열정을 가지고 3D사업에 매달리는 것 같더니 지금은 그 의욕이 현저히 떨어진 것 같다.

3D 기술인력 양성 등 인프라 구축도 부진하다. 한국의 3D 기술 종사자들은 현재 중국으로 엑소더스(Exodus)하고 있다. 한국의 3D 시장 안에서는 존립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에서 3D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수주도 해보겠다는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 3D 영화산업과 연계산업이 대세를 이루게 된다면 한국은 중국에 막대한 외화를 주고 변환사업을 추진할 것이 자명하다. 지금처럼 방화 전성기를 구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급변하는 세계영화시장에서 설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국가 영화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나 혹은 재벌기업, 한국영화를 이끌고 있는 제작자들의 마인드 전환을 촉구하고자 한다.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이들 지도자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지혜를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왕젠린 회장처럼 한국의 인기스타들이 헐리웃 영화에 비중 없이 다뤄지는 것을 개탄하는 문화애국주의자도 나왔으면 한다.

박 대통령이 부산 영화도시를 방문하면서 종사자들을 만나 미래 영화산업에 대한 특별한 지원과 육성을 약속했으니 한 가닥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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