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3S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원래 3S는 한국에서 생겨난 말이다. 12.12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정권이 Screen(영화)·Sex(섹스)·Sports(스포츠), 이른바 3S 정책을 펼쳤다는 주장으로 국민들의 정서와 문화를 다른 방향으로 쏠리게 만드는 일종의 유인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천적으로 리더십이 부족하고 피폐와 고갈의 절정에 이른 북한의 김정은이 이와 같은 정책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은 같을지라도 그 본질은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오늘의 북한의 문명수준과 한국의 1980년대 문명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3S 정책 역시 다르기 마련이다. 한국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가운데 순전히 불만의식 잠재우기 형식으로 3S정책이 등장했다면, 북한은 당장 체제위기를 목전에 두고 모두 드러누워 버린 인민들을 일으켜 세우고 나아가 혹 봉기할지도 모르는 저항의식을 무마시키고자 투 트랙의 3S정책을 펼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북한의 3S는 영화가 빠지고 스포츠, 과학, 섹스로 대별된다. 영화는 이미 북한 인민들의 뇌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한때 북한도 영화에 열광했지만 이제 그 자리엔 한국의 한류열풍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북한 주민들의 두뇌 70%는 한류문화로 채워지고 나머지 30%만이 노동당 문화가 간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혹자는 속도(Speed)를 북한의 3S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노동당의 구호일 뿐 섹스(Sex)로 규정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본다. 왜냐면 북한은 이미 20여 년 전부터 섹스문란이 사회를 어지럽히고 당국은 그것을 은근히 방치하면서 주민저항의 예방주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차역과 장마당 등을 중심으로 흐느적거리는 섹스의 쾌락이 없다면 벌써 북한 주민들은 노동당을 타도하자고 봉기하였을 것이다.

놀랄 것도 없지만 북한의 장마당경제는 이른바 북한식 깡패, 즉 조폭들이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은 돈과 여자, 마약으로 당 간부들과 공안기관을 요리하고 있다. 문란한 경제질서는 문란한 문화의 토양위에서만 생존이 가능하다. 섹스와 마약이 없다면 북한의 빈약한 장마당경제는 지속하기 어려운 것이다.

과학(SCIENCE)기술발전은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화두다. 일찍이 어린 시절 서방국가에서 유학한 김정은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그래서 새로운 통치구호인 ‘CNC’를 제시하였다. 김정은은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과학분야에 대한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그 반대급부로 정권 수립일에 맞춰 평양 교외에 과학자들을 위한 거리와 대규모 주거단지를 조성하여 선물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선군정치를 뒤로 하고 선당의 구호를 추켜 든 김정은에게 과학자, 기술자들은 둘도 없는 원군세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Sports)를 들 수 있는데 김정은은 농구광으로 이미 미국의 장신 농구선수 로드먼을 두 번이나 평양으로 초청하여 농구쇼를 펼쳤다. 마식령스키장을 비롯해 사방에 스포츠 시설을 건설하고 최근에는 평양에 골프연습장도 문을 열었다. 이것을 ‘단번도약’이라고 해야 할까. 대관절 밥도 먹기 힘든 북한에서 어디 스키어와 골퍼들이 있다고 초대형 스키장을 만들고 골프연습장을 만드냐 말이다.

바로 이런 곳이 북한이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뭐 이런 허황된 구호가 수 십 년 동안 지배하는 사회가 오늘의 북한이다. 최근 이설주의 성추문 연관설에 이어 군 서열 1위인 최용해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중국에 애인을 내보내 큰 돈벌이를 시켜 또 말들이 많다. 일종의 음모일수도 있지만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각종 소문이 순식간에 사회 전반에 퍼지는 것은 모두 200만 대를 넘어선 핸드폰 덕일 것이다. 북한 사회도 이제 또 다른 S인 SNS의 지배가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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