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人 평화를 말하다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사제의 길로 들어선 보이티와는 1958년 주교품을 받는다. 38세였던 그는 폴란드에서 가장 젊은 주교(교구를 관할하는 성직자)였다.
보이티와 주교는 1962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참석해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 ‘인간 존엄성’과 현대 세계의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 문헌에 대한 결의를 이끌어내는 등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그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다음 해 크라쿠프 대주교로 임명받았다. 1967년 교황 바오로 6세는 보이티와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한다. 그리고 11년이 지난 1978년 10월 콘클라베를 거쳐 보이티와가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된다.
◆기독교 이웃종파에 화해의 손길 내밀어
제264대 교황으로 선출된 요한 바오로 2세는 이웃종교와의 대화를 힘썼다. 종교 간 화해를 모색하는 한편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인권 문제 등에 관심을 보이며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세계인들에게 전하였다.
로마가톨릭이라는 세계 최대 기독교 교파의 수장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에큐메니컬 운동 즉 다양한 신앙전통을 존중하는 교회일치운동과 이웃종교와의 대화, 교류 등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1982 영국을 방문한 교황은 엘리자베스 2세와 캔터베리 대주교를 만나 로마 가톨릭교회와 영국 성공회의 교회일치를 위한 진지한 대화를 가져 양 교단의 교류 협력의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교황은 1054년 대분열 이후 처음으로 동방 정교회 국가인 루마니아와 그리스 등을 방문해 정교회 성직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등 종교의 벽을 허물고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뿐 아니라 동방 정교회와 분열된 동서교회 분열 사건에 대해 책임을 반성하기도 했다. 1999년 10월에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루터교와 의화 공동선언에 서명함으로써 양측이 구원론에 대해 500년간에 걸쳐 이어온 교의(교리) 논쟁을 끝냈다.
◆이웃종교 지도자와 만남, 평화 이야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세계 종교지도자를 초청해 종교 간 평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1986년 교황청 주최로 세계종교인기도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티베트불교 달라이 라마를 비롯해 이슬람교와 유대교 등 세계 종교지도자들이 참석,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됐다.
그해 4월 로마에 있는 유대교 회당을 방문한 교황은 “유대인은 그리스도인의 형제”라고 불러 관심을 받기도 했다. 1999년 3월에는 이란 대통령을 만나 11세기 이후 처음으로 기독교와 이슬람 세계를 대표는 지도자가 문명의 화해를 다짐했다. 또 2001년 시리아를 방문한 교황은 역사상 첫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로 모스크(사원)에서 미사를 드리기도 했다.
교황은 또한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전 세계 불교 신자들에게 축하 편지를 보내 화해의 메시지는 전했다. 교황은 아시시(이탈리아)에서 세계 주요 종교지도자들과 함께 세계 평화기도의 날 행사를 가지며 사회 정의와 생태계 보전, 모든 폭력(전쟁) 종식을 호소했다.
그는 “폭력은 인간의 존엄, 생명, 자유를 파괴한다. 폭력은 실사회의 체제를 파괴하는 것이므로 인류에 대한 범죄”라며 세계인들에게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 등을 종식하는 데 협력과 동참을 강조했다.
◆참회 그리고 용서를 구하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살아생전 이룬 가장 큰 업적 중에 하나는 로마가톨릭교회가 자행한 과거의 범죄와 과실을 시인한 것이다. 그의 지시로 교황청은 2000년 3월 ‘회상과 화해 : 교회의 과거 범죄’라는 제목의 참회문을 발표한다.
과거 교회가 하느님의 뜻이라는 핑계로 인류에게 저지른 각종 잘못을 최초로 공식 인정했다. 그해 3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에 대한 이단 심문, 십자군 원정, 유대인 차별, 이웃 종교와의 반목, 여성 억압, 기독교계 분열 등 로마가톨릭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용서를 구해 이웃 종교계와 세계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과의 인연은 빼놓을 수 없다.
교황은 전두환 대통령에게 김대중 씨의 구명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며 한국과 처음으로 인연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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