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하느님의 가호가 있었습니다. 산모도 아이도 모두!”

“뭐, 뭐라고요? 둘 다 살았다고요?”

한한국이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팔짝 뛰어오르며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외쳤다.

“대한민국 만세! 한국 만세! 만만세!”

아내도 아기도 차츰 건강을 되찾아갈 무렵 입원실에서 한한국은 아내의 손을 잡으며, 동양녹음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절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윤 시인, 미안해요. 너무 고생했어요.”

“어머, 아기아빠가 되더니 이젠 날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아내가 짓궂은 얼굴로 되물었다.

“무슨 소리요?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풋! 알아요. 에릭 시갈의 ‘러브 스토리’가 생각나서요. 사랑하는 사람 사이엔 미안하단 말을 하는 게 아니라잖아요?”

“좋아요, 그럼 미워요! 너무 미워서 내가 죽을 때 함께 죽고 싶다고요.”

“여보, 쉿! 우리 아기를 앞에 놓고 농담으로라도 죽자는 말을 하면 어떡해요?”

그로부터 정말 세월이 유수처럼 빨리 흘러, 이제 그 아들 영두는 17세가 되어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고 있다. 명 고수셨던 할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드럼을 치는 취미를 가졌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오늘도 부창부수가 되어, 한한국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엎드려 피와 땀을 흘리며 세계평화지도를 그리고, 아내 윤소천 시인은 변함없이 묵묵하게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한한국은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 윤소천 시인과 두 사람의 영혼이 하나 되어 탄생한 아들 ‘한영두’를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윤 시인, 그대는 나에게 시인이 아니라 신이에요!”

“뭐라고요? 나를 또 놀리는 거예요?”

“아니요, 시인을 빨리 부르면 신이 되는데 윤 시인이야말로 오늘의 내가 있도록 해주었으니까 나의 수호신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윤 신! 이번엔 당신을 위해서라도 더 크고 위대한 세계평화지도를 만들어야겠어요. 그래서 우리 7천만 민족과 60억 세계인들이 다함께 평화, 화합, 통일, 나눔, 희망, 행복을 꽃피우는 세상을 만들어 봐야겠소!”

한한국은 그런 날이 반드시 머지않은 미래에 눈앞에 펼쳐지게 되리라 믿었다. 20년간의 고난과 고통은 그러므로 독이 아닌 약이 되어, 오늘날의 세계를 움직이는 세계적인 평화작가 한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밑거름이 돼주었던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별종인 나라를 꼽는다면 어쩌면 우리나라가 될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21세기인 오늘날에 남·북이 분단된 것도 모자라 6.25란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고, 그로부터 60여 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남·북의 왕래는커녕 한 맺힌 이산가족의 상봉조차 남·북 지도자들의 기분에 따라 하다 말다 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가족 중에서 가장 별난 관계를 꼽는다면 아마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아닐는지. 우리나라 텔레비전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고부관계’가 등장하는 것만 봐도 알 만한 일이다.

그런데 한한국 작가의 어머니와 그의 아내 윤소천 시인은 평생을 두고 밀월관계를 유지했으니 두 사람 다 칭송받아 마땅한 이들이다.

▲ 국회마당에 펼쳐진 희망대한민국대작(가로 12m, 세로 2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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