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장

오늘날의 인류사회는 다양한 모습의 독립적인 이익집단이나 결사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 집단의 경쟁·갈등·협력을 통하여 민주주의적으로 운영되는 다원주의적 사상에 기초하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는 다원화된 상황과 맞물려 개방적 세계화로 급변하면서, 사회 전 영역에서 개방적 다원주의의 과도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

다원화 사회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가치의 다양화이다. 이것은 서로 다른 가치가 만났을 때 공존할 수도 갈등이 생길 수도 있음을 내재적 속성으로 한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종교다원주의의 전형적 양상을 띠고 있는데, 불행하게도 종교 간 대화나 협력을 통해 사회통합·인류평화·공존공영 등 보다 큰 목표를 추구하기보다는, 지엽적인 교리논쟁이나 교세경쟁 등을 통해 심각한 종교갈등을 일으키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종교의 참다운 사회적 기능이 아니다. 종교는 사회통합과 인류공존공영을 견인하는 기능을 해야 하며, 결코 세속적 권력도, 빵도 명예도 담보해서는 안된다. 모든 종교는 오로지 우리 인간생활의 내면적 선을 위한 물이요, 공기요, 햇볕역할을 함으로써,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따뜻하고 촉촉한 영원한 나의 친구이자 선한 이웃이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교부인과 정교분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자신이 선호하는 종교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신봉하는 자유이다. 또한 국교부인과 정교분리의 원칙의 내용은, 종교가 정치에 간섭하거나 종교단체가 정치활동을 하는 것을 금하며, 국가도 특정의 종교적 교육이나 종교적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한국사회는 다종교·다교파가 공존하는 철저한 종교다원주의 사회이다. 특히 다종교상황은 다양한 절대신념체계가 우리 사회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개인에게 종교적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그 사회 속에 사는 개인의 정신적 내면세계에 가치관의 혼동을 안겨 주고, 종교 간의 대립과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종교는 법과 함께 선진사회를 위한 중요한 사회규범으로 각기 내세와 현세에 관한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면서 사회발전을 선도해야 한다.

그렇다면 종교는 각각의 교리를 내부적으로는 존중하되 사회 속에서는 법의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특히 헌법이 정한 종교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해서는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는 정치나 경제와의 유착을 피하고, 교단내부의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민주성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교단의 모든 의사결정은 적법절차에 의해야 한다.

종교단체도 국법의 보호와 규제를 받아야 한다. 종교언론은 선교적 기능에 함몰되지 말고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되 결코 권언유착을 해서는 안된다. 물론 종교활동에 대한 과도한 법의 보호는 오히려 종교자유의 진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종교의 자쟁적 기능이 중요하다.

선진사회를 향한 종교의 대사회적 기능은 종교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이해와 상생을 통한 사회통합을 견인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결단코, 종교는 법치주의 발전의 대표선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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