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평화론’이 갖는 의미
종교통일이 세계평화 초석
세계평화는 신의 섭리요 역사

 
10월이 오니 유독 생각나는 사건과 인물이 있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역에서 조선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다. 그는 강화도조약(1876)과 러일전쟁(1904), 그리고 을사늑약(1905) 등 구한말 조선이 일제 식민지의 늪으로 정신없이 빠져 들어가던 때, 1879년 9월 2일 해주에서 태어나 경술국치(庚戌國恥)를 맞던 1910년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고, 3월 26일 30세의 젊은 나이로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다.

그리고 10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에게 주목해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흔히 우리는 그를 독립운동가 안중근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의병활동에 투신하기 전, 진남포에서 사재(私財)를 털어 삼흥학교와 돈의학교를 운영하며 후세교육에 힘써 왔던 교육가였음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괄목할 만한 것은 독실한 신앙인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1897년 천주교에 입교함으로써, 그 역시 독실한 신앙인이자 계몽운동가 안중근으로 변모해 간다. 그의 신앙관은 훗날 5개월여 옥중에서 구상한 ‘동양평화론’의 사상적 기조가 되며,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이유에 대해 “개인적 원한이 아니라 한국의 독립과 동양평화를 위해…”라는 울림의 명언을 남길 수 있었던 배경이 되기도 하다.

또한 “대저 합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한다는 것은 만고의 분명히 정해진 이치다”는 글과 함께 그의 명저 동양평화론 서문의 첫 장은 시작된다. 서문의 이 글은 동양3국 즉, 한·중·일을 염두에 둔 것이며, 동북아의 평화실현과 나아가 세계평화를 염두에 둔 정치사상가요 평화운동가 내지 종교지도자였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지금 이 시대, 많은 평화단체와 운동가들이 난무하다. 그러나 진정한 단체와 지도자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먼저 평화는 사람의 힘과 능력만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이유인즉, 평화는 종교가 지향하는 궁극적 이념이기 때문이다. 앞서 안중근 의사를 통해 먼저 살펴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 지구촌에는 다툼과 분쟁과 전쟁이 연일 끊이질 않으며, 수많은 인명이 죽어가고 있다. 그 예로 필리핀에선 남부지역의 민다나오 섬에서 정부군과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이슬람반군 모로민족해방전선(MNLF)과의 교전에서 180명의 사망자를 냈다. 또 얼마 전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선 쇼핑몰 인질극으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파키스탄 페샤와르 지역에서도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기독교인 2백여 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일주일 후 다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하므로 1백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뿐만 아니라 며칠 전 나이지리아에서도 학교가 이슬람 테러단체의 습격을 받아 잠자고 있던 학생 40여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인도에선 이슬람인이 힌두교인을 성폭행하는 일이 발생하자 종교 갈등으로 확대되는가 하면, 인도 내 힌두교․기독교․천주교․이슬람 간의 갈등이 연일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참극의 현상은 빙산의 일각이며,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이 대목에서 분쟁과 전쟁의 원인에는 종교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은 분명 종교의 궁극적 이념은 평화일진데, 왜 종교가 분쟁과 전쟁을 야기시키며 수많은 사람들을 연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이유가 됐을까.

여기서 한 가지 답을 얻게 되는 것은 종교통일 내지 종교대통합의 당위성이다. 즉, 세계평화는 종교가 하나로 통일될 때만이 가능하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된다. 또한 “합치면 성공하고 흩어지면 패망하는 것이 만고불변의 이치다”고 언급한 안 의사의 동양평화론이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합친다는 의미는 각 나라가 하나의 나라로 합친다는 뜻보다는 각 나라의 생각과 정신 나아가 종교가 하나로 합친다는 의미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시켜 표현해 본다면 종교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해 결성되는 종교지도자들의 모임 즉, 가칭 ‘세계종교지도자만국회의’를 통해 인류를 하나로 묶을 수 있고, 또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진리를 선별해 낼 때, 인류의 숙원사업인 평화는 홀연히 찾아오지 않을까 진단해 본다.

이 같은 세계평화와 종교대통합의 대역사는 사람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고, 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격언도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평화는 우리의 뜻이기 이전에 종교의 주인이신 신의 뜻이기에, 사람의 힘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만 신의 섭리 가운데서 반전의 역사로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믿어야함은 물론 평화의 대역사에 모두가 협력하고 협조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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