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같았으면 대선에서 많은 공약을 내놓고도 재정사정이나 제반 여건상 지켜지지 못해도 책임 있는 사람의 유감 한 마디면 국민이 “으레 그런 것인데, 그걸 누가 믿었담…” 하고 지나치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 대선 때에 공약한 기초연금이 그대로 지켜지지 않아 야당과 일부 노인층들이 일어났고, 장차 수혜대상이 될 중장년층까지 미래세대에 적게 돌아올까 싶어 반대를 하는 입장이다.

이와 같이 “정치권이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주의가 국민 사이에 팽배해진 사회분위기를 타고서 정치불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지난 대선 시에 “정치개혁을 하겠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선거에서 정당공천을 배제시키겠다”는 약속도 흐지부지하게 끝날 판이다.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대선공약으로 국민에게 철썩 같이 믿게 했고,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공약 중에서 국가재정과 연계되는 사안은 국민세금이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할 문제이겠지만 재정과 무관한 정치제도 개선은 얼마든지 할 수 있건만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차일피일하고 있다.

지난 4월 초 여야 합의로 활동시한이 올 9월말까지인 국회 정치쇄신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1차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은 “정치개혁과 국회쇄신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고 전제하면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선거구획정위원회 개선 등 의제를 관철시켜 국민에게 정치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 후 특위는 기간이 종료된 9월말까지 활동 결과보고서 하나 제출하지 못했다. 초기엔 소리만 요란만 했지 6개월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이어지다가 종료되고 만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7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가 결정나지 않아 출마예상자들이 혼란을 겪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불신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선 문제 많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공약까지 했으니 박 대통령도 초연할 수는 없다. 민주당도 당원투표로 폐지를 결정했지만 의원들은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새누리당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여야가 대선공약으로 새로운 정치의 실현 의지로 굳게 약속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폐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지방자치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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