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던 연안호 선원들이 30일 만에 무사귀환했다. 이들은 8월 30일 위성항법장치(GPS) 고장으로 NLL을 13km 가량 넘었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장전항으로 예인된 지 한 달여 만에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그동안 북측은 억류 선원들에 대해 ‘조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 건강상태 등 신변에 관련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 달이라는 기간이 당사자들에게는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고통의 나날이었을 것이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여기자들을 즉각 석방한 것에 비교해 볼 때 연안호 선원들에 대한 북한 측의 태도는 인도적 차원이라는 면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 또한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인 남북이 해결하자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폐쇄적인 북한사회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안호가 불순의도로 북침한 것이 아니라 기계고장으로 인한 단순 월경임에도 인도적 차원의 배려가 너무 인색했다.

남북화해의 장을 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남북관계가 화해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반색할 만한 일이지만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진 않고 있다.

북한체제가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남북통일이 저해된다는 주장에 신빙성을 얻으려면 ‘선군사상’ 등 군부에게 집중돼 있는 혜택들을 주민들에게 전환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와 달리 현 정부들어 경색관계로 변한 것은 현 정부의 대북관에 문제가 있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여기자 문제에서 보듯 미국은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전직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특사로 나서 해결하려는 자세가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손 놓고 그저 북한의 조치만 바라고 있었다.

북한의 체제를 보는 것보다 민족을 보는 큰 그릇이 요구된다.

남북 모두 이번 적십자회담에서 제기된 이산가족 상봉, 국군포로와 납북자 생사확인 및 송환 등 기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나가는 의지가 필요하다.

남과 북 모두가 상생하는 길은 정권 실세들의 이권과 체제유지를 위한 헐뜯기가 아닌 서로를 민족으로 인정하고 양보하며 다가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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