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전도’ 남모를 고통 아시나요

▲ 서울역 앞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천리교, 개신교인들이 자신들의 교리 메시지를 외치며 전도 행위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찬반 속 “지나친 캠퍼스선교 타인에 피해” 우려
“종교인, 국민 입장에 서야… 종교차별금지법 필요”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캠퍼스나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종교를 믿으시나요” “도를 아십니까”라는 말을 하는 사람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종교를 믿으라고 강요하는 듯한 정체불명의 사람들’을 불편해하는 학생들을 위해 ‘길거리 전도 거부 카드’까지 나와 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FreeThinkers)’는 길거리 전도 거부 카드를 제작해 종교계뿐 아니라 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프리싱커스는 작은 명함 크기에 “저희는 종교가 없습니다.… 저희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어떤 믿음을 갖고 사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라는 문구를 적어, 무분별한 길거리 전도(선교, 포교 등) 행위자들에게 건넬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이 카드를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프리싱커스는 지난해 카이스트에서 처음 결성된 데 이어 서울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고려대, 성균관대, 포스텍 등에서도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프리싱커스가 결성된 배경은 무엇일까? 프리싱커스 양호민(23, 원자핵공학과) 회장은 “학내에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막무가내식으로 전도(포교)하는 이들의 행위에 대해 평소 반감이 상당히 컸다”는 점을 지적하며 길거리에서 행해지는 지나친 전도 행위가 이 모임을 결성하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내 종교동아리는 기독교 관련 동아리만 2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도 거부 카드는 A4용지와 명함 크기의 두 종류다. 평소 정체불명 전도사들의 캠퍼스 전도에 불쾌함을 느꼈다는 학생들은 ‘전도 거부 카드’ 홍보 활동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거부감도 큰 게 사실이다. 프리싱커스에 따르면 학내에 붙인 홍보 대자보가 심하게 훼손되고, ‘악마의 조종을 받지 말라’는 항의성 메시지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무신론자들을 종교 반대론자로 오해하는 인식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양 회장은 “무신론은 사실 종교를 반대하기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존중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의 종교와 믿음은 문제 삼지 않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가 배포하고 있는 명함 크기의 ‘전도 거부 카드’ (사진제공: 프리싱커스)

◆길거리 전도 퇴치카드 찬반 엇갈려

서울대 캠퍼스에 길거리 전도 퇴치카드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거부카드 등장 자체를 문제 삼는 이들도 있다.

아이디 ‘samo****’ 네티즌은 “종교의 자유가 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믿는 자들의 사명이며 전하는 것은 믿는 자들이 할 일이다. 절대 강요가 아니다”라며 “거절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결정할 문제다. 종교가 싫으시면 그냥 싫다고 하시면 된다. 이 뉴스를 접한 저도 굉장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isak****’ 네티즌은 “물론 거절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자기 주관대로 정중히 거절한다면 문제가 없죠. 그런데, 그 문구는 마치 종교인들을 훈계하려 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무신론을 권하는 문구는 완전히 오만이다. 종교를 권하는 전도활동을 불쾌하게 여긴다면, 무신론을 권하는 것은 불쾌하리란 생각은 못합니까”라고 반문했다.

찬성자들도 꽤 많은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rnjs****’ 네티즌은 “믿고 천국가라고 권유하는 것도 좋지만, 정도껏 했으면 좋겠다”며 “바쁜데 자꾸 귀찮게 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불편을 끼치면서까지 전도하는 것은 하나님이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길거리 전도 퇴치카드를 찬성했다.

또 다른 네티즌 ‘jyri****’은 “명동 한복판에 주중이고 주말이고 천막 세워놓고 스피커 확성기 총동원해서 ‘예수천당 불신지옥’ 하는 기독교 전도인들은 대체 어떻게 신고해야 하나. 외국인들한테도 수치스럽고 창피하다”고 자신의 경험과 소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공격적 선·포교 ‘안티 종교’ 확산시켜”

한국 사회에서 종교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다종교사회를 이룬 대한민국은 비교적 종교적 갈등 없이 평화롭게 공존하고는 있지만 사실 내부적으로 깊숙이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예가 공격적인 선·포교 활동에 대한 반감이다. 캠퍼스 전도뿐 아니라 서울역과 같은 공개 장소에서 확성기를 틀어놓고 하는 포교 활동 등은 논란이 되고 있다. 대부분 기독교 선교단체지만 불교, 천리교, 대순진리회 등 다양하다.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다. 그러나 이 말 속에는 ‘종교’라는 이름을 내걸면 무슨 행동을 해도 별로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종교권력화’에 대한 불만(안티 종교 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종교평화를 위해서 종교계는 권력과 거리를 유지하고, 종교인들은 국민의 입장에 서야 한다”며 “공격적인 선·포교 등으로 빚어지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종교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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