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은혜 베푼 조상에 효 다해
개신교, 제사=우상숭배? 거부

불교, 유교문화 수용 영가 명복
천주교, 고인 위한 위령미사

‘제사’ 의미 해석 차이로 갈등
종교 간 대화로 공통분모 찾기

[천지일보=박준성 강수경 이혜림 기자] 한 가정에서도 다종교를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 가족의 명절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종교 마찰을 줄여 화합하고자 하는 가족이 늘고 있다. 가장 갈등이 심한 ‘제사’와 ‘예절’에 대한 견해를 좁힐 수 있는 방법을 ‘가상 가족’의 대화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인심 좋은 보살로 불리는 할머니는 매년 절에 가서 보시를 하며 불경도 열심히 읽어 불자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다. 집안 대대로 내려온 가례를 이어가는 아버지는 올해도 제사 준비에 한창이다. 조상에 대한 효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아내가 개신교 신앙을 시작하며 목회자의 설교를 듣고 제사를 반대하기 시작해 마음이 불편하다. 아내는 우상에게 절하는 것 같아서 제사가 찜찜하다. 성당에 출석하고 있는 딸은 제사를 거부하지 않아 부모님의 마찰에 난감하다. 제사의 의미를 안다면 굳이 갈등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신천지 신도인 아들은 올해 마음을 먹고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가족 갈등 발단은 ‘제사’와 ‘제사음식’
아버지(유교): 아들, 오늘 왜 모이자고했니.

아들(신천지): 즐거운 명절인데, 해마다 명절이 되면, 항상 종교 때문에 분위기가 좋질 않아서요. 오늘은 가족 모임을 통해서 터 놓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대화를 했으면 좋겠어요.

할머니(불교): 그래, 부처님의 자비로 우리 가족이 화목했으면 좋겠구나.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엄마(개신교): 어머님, 주문 좀 외우지 말아주세요. 머리 아파요.

딸(천주교): 엄마~, 그렇게 말하면 할머니가 무안하시잖아. 대화 하자고 모인 건데.

아버지: 그래, 우리 딸 말이 맞다. 오늘은 나도 좀 정확하게 알고 싶고, 당신이 왜 제사를 기피하는지 속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네. 예전에는 제사도 잘 지내고, 준비도 잘하더니 당신이 교회에 나간 후로는 변했어. 그래서 난 실망했었네.

엄마: 말이 나왔으니 저도 한마디 할게요. 알지 못했을 때에는 모르니까, 그냥 제사를 드렸지요. 그게 다인 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니까, 조상도 다 귀신이라고 해요. 그래서 조상에게 절하고 제사를 지내는 게 우상숭배라고 들었어요. 제사 음식도 우상의 제물이라고 먹으면 안 된다고, 먹으면 음행을 하는 게 된다고 했어요. 이러니 제가 어떻게 제사를 드릴 수가 있겠어요.

아버지: 뭐야, 할머니 할아버지가 귀신이라고? 그러니 내가 교회 가지 말라고 그러지. 내가 한마디 하겠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인(仁)과 효(孝)를 모든 덕의 으뜸으로 여기고 있잖소. 효는 가장 귀한 생명을 조건 없이 주고 극진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준 부모와 선조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오. 부모의 사후에도 효를 다하려는 뜻을 어찌 그리도 모른다는 말이오. 당신도 부모가 있으니 태어난 것이 아니오.

할머니: 며늘아. 네가 종교의 자유를 이야기 한다고 하지만, 네가 말하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불교에서도 부처의 뜻에 따라 원래는 제사를 지내지 않았단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49재를 비롯한 천도재를 드렸지. 이후 영가(영혼)를 위한 불교의식은 제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전승됐어. 그래서 고인을 추모하고 효를 실천하는 유교적 제사의미에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의미가 더해져 제사를 드리게 된 것이란다. 무조건 불교의 뜻만을 주장하지 않았어. 너도 수용하는 게 어떻겠니.

◆형식 다를 뿐 영혼 구원 위한 의미 같아
아들: 할머니, 기독교에서도 제사를 드리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기독교에서 드리는 예배의 기원이 바로 제사예요. 예수 탄생 이전인 구약 때에는 짐승을 잡아서 희생 제물로 삼아 제사를 드렸어요. 죄 사함을 받기 위해서요. 그런데 예수님 이후 의미가 개혁됐어요. 제사 대신 영적인 제사인 예배가 된 것이에요. 이렇게 제사에 대한 변천사를 알지 못해서 다른 종교에서 오해를 하기도 해요. 결국 제사를 지내는 것이나 예배를 드리는 것이나 모양만 다를 뿐이지 뜻은 같은 게 아닐까요. 오늘날도 성경대로,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죄사함을 얻어 구원 얻게 해달라고 그 영혼을 위해 제사를 드리는 거예요.

딸: 맞아, 오빠. 그래서 천주교에서도 연옥에 있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천국에 가기를 기원하는 합동 위령 미사를 드리는 것을 봤어. 단에서 제사상을 차리고 하기도 하더라고. 처음에는 왜 그런 줄 모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빠 말을 들으니까 이제 이해가 되네.

아버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우리 가족이 화목할 수 있겠니.

아들: 아버지, 제사의 형식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독교나 유교나 불교나 어차피 제사를 드리는 목적은 조상들의 영혼이 좋은 곳으로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니까요. 그 마음이 담긴다면 형식은 중요하지 않지 않을까요? 제사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추도예배로 함께 마음을 모으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어머니: 그래 맞다, 아들아.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그 말이야. 아무래도 제사를 지내며 절하고 제사음식을 먹는 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그렇지만 나도 조상님에게 효를 다해야 한다고는 생각해. 그러니 추도 예배도 했으면 좋겠구나.

할머니: 그래, 추도 예배랑 제사를 같이 하면서 서로의 입장도 생각해 보고 이해하도록 하는 게 우리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더 나은 방법인 것 같구나.

아버지: 그렇다면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올해는 제사를 지내고, 추도 예배도 해봅시다. 대신 당신도 정성껏 제사 음식도 준비해 주고 마음을 모아줬으면 좋겠구려.

딸: 와, 우리 가족이 다종교 화합 가정의 모범이 되는 거 같아요.

아들: 아버지, 추석을 앞두고 고민이었던 제사 문제가 대화로 해결되니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우리 가족의 종교 문제는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듣고 이해하는 시간으로 풀어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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