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컵을 반으로 잘라 세이렌의 다양한 자세, 옷차림, 행동 등을 표현한 단면 작품 옆에서 김수민 작가가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이렌 미소 통해 슬퍼도 웃을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 투영
둥근 종이컵에 그려진 그림에서 매력 느껴… “직접 보세요”
종이컵 외에 다른 소재도 구상 중… 10월 중순 전시 계획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어느 날 나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다 비운 후에 그 종이컵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젊은 층에는 일명 ‘별 다방’으로 통하는 국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의 주인공인 인어 아가씨 세이렌이 예술로 새 옷을 입고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종이컵의 변신은 무죄. 세이렌이 주인공인 컵아트 세계를 창조한 김수민 작가를 전시가(22일까지) 한창인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소셜갤러리에서 지난 6일 만났다.

다음은 김수민 작가와의 일문일답.

-대학 전공과 지금 하는 일이 다른데.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지만, 지금은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션(삽화가)이다.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전공은 그 당시 신문방송에 관심이 있어서 선택했던 것이고, 대학 졸업 후에도 전공과는 상관없이 영업을 하고 다녔다. 그러다가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어서 시작한 게 본업이 됐다.

-‘컵아트’가 매우 독특하다. 어떻게 하게 됐나.

종이컵 작품은 내가 마신 컵으로 모두 완성됐다. 커피를 사서 마실 때부터 작업은 시작된다. 그 당시에 생각한 것이나 내가 지난날 경험했던 것 등을 스타벅스 종이컵에 로고를 지우고(아주 깨끗하게 지워지지는 않음) 나서 그림을 그린다. 배경이 많을수록 로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 질문은 ‘왜 종이컵이냐’ ‘왜 이 브랜드냐’ 두 가지로도 볼 수 있다. 첫째는 종이컵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평면 종이에 그린 그림은 사진을 찍으면 정해진 사각 틀 안에서는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종이컵에 그린 그림은 사진으로 찍어도 다 볼 수 없다.

나는 컵아트 작품을 직접 보길 권한다. 직접 봄으로써 둥근 형태의 종이컵에 담긴 그림과 그 내용을 다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브랜드를 선택한 것은 무지 종이컵에 그리려다 보면 생각이 막힐 수 있는데, 기존에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면 더욱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스럼없이 그릴 수 있다.

다른 브랜드 로고보다 별다방의 세이렌이 끌린 것은 표정 때문이다. 슬픈 현실에서도 웃고 있을 수밖에 없는 세이렌의 표정을 통해 이야기를 구성하며 우리 사회 현실을 표현하고 싶었고, 공감하면 재미를 선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작업이 세밀하다. 스토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평소에 나만의 노트(주변에서는 낙서장이라고 한다)를 가지고 다니며 순간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해둔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와 그림을 그리고 싶어질 때는 항상 같지 않다.

대부분이 내가 회사에서 경험한 것들, 주변에서 보고 영감을 얻은 것 등이다. 또 막상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달라질 때도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일어나는 일을 포함할 때도 있다. 그림은 한 장면이지만, 종이컵 작품을 보는 사람이 앞뒤로 짧게는 1~2초, 길게는 10~20분 정도의 스토리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첫 전시와 두 번째 전시를 비교하면.

지난 5월에 열었던 첫 번째 전시에는 천장과 벽에 매다는 것 두 가지였다. 천장에는 50개, 벽에는 13개를 달았다. 하지만 이번 두 번째 전시에는 천장에는 35개, 벽에 건 것이 10개, 조명이 6개다. 조명 작품이 추가됐다.

첫 번째 전시 장소는 천장이 훨씬 높았다. 의미 있는 것은 크라우드 펀딩에서 모은 금액으로 전시 설치 및 제작비 등을 지원받아 열었고, 관람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덕분에 두 번째로 전시하게 된 것이다.

또 두 번째 전시에 새롭게 추가된 조명 작품은 기존에 초록색 팬으로만 그리던 작업에서 종이컵을 뚫어 입체적으로 만들었는데, 갤러리 이사님이 조명 장치를 만들어 줬다. 구멍만 뚫어 놓은 자체도 괜찮았는데, 조명을 가미하니 새로운 느낌도 난다.

-앞으로의 계획은.

팔린 것과 선물로 준 것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총 130개 정도다. 앞으로도 무엇인가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계속든다. 느낀 것도 그릴 것이다. 또 계속 그려나가면서 조금씩 다른 시도도 해보고 싶다.

다음에는 종이컵이 아닌 다른 소재로 해볼 계획도 있다. 이미 그 소재 후보도 몇 가지 생각해 놓았다. 10월 중순에 다음 전시를 계획 중이다. 그때도 완성된 작품 중에서 선별하고, 몇 가지 새로 만들게 되면 추가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특정 브랜드를 쓴 것에 대해 브랜드에 감정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나는 세이렌의 얼굴에서 내 모습을 발견했고, 또 생각하고 그린 것이다. 컵아트 작품을 보는 다른 사람들도 자기 자신을 투영해봤으면 좋겠다.
 

▲ 김수민 작가의 컵아트 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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