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쇼카 한국 이혜영 대표(사진제공: 이혜영)

아쇼카 한국지부 이혜영 대표 인터뷰

‘문제의 답은 현장에 있다’… 기존 사고의 틀 깨야
높은 이상도 지속 가능하려면 아쇼카 같은 조직 필요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Everyone a change maker” 이 말대로 내가 그리고 네가, 나아가 우리가 모두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주저 없이 외치는 이들이 있다. 아쇼카(Ashoka)가 그 주인공이다.

아쇼카는 사회적 기업가(Social Entrepreneur, 아쇼카 펠로우)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로, 1980년부터 전 세계 70개국에서 3000여 명의 사회적 기업가를 길러냈다.

아쇼카?, 귀에 익숙지 않은 단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쇼카는 산스크리트어다. ‘슬픔을 적극적으로 사라지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기원전 3세기 인도 왕의 이름이기도 하다. 아쇼카 왕은 공익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고안해 대규모 사회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한다. 이 왕의 이름을 따온 아쇼카는 실제 사회적 기업가를 ‘세계의 가장 시급한 사회 문제의 해결책을 시스템 변화를 통해 제시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최근 미국에서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된 사례를 보면 아쇼카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기업가에 대해서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처럼 넓은 대륙 국가에서는 인신매매 문제의 중심에 트럭 운전기사 등 운송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에 Kendis Paris라는 한 여성이 Truckers Against Traffickers(TAT)라는 단체를 만들어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럭 운전사들과 휴게소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기 시작했다. 인신매매란 무엇이며, 인신매매범들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지, 신고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포스터로 만들어 홍보하고 알린 것이다.

이에 대해 아쇼카 한국지부 이혜영 대표는 “결국 인신매매라는 고질적인 문제에서 이해관계자였던 트럭 운전기사들이 새로운 문제 해결사, 즉 체인지 메이커가 된 경우”라며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는 해결 방법이지만,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기존 사고방식대로 접근했다면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쇼카가 설립된 지 30년도 더 지난 올해 3월 초, 드디어 한국에서도 아쇼카 한국지부가 출범했다. 대표는 아쇼카와 인연이 남달랐던 이혜영 씨가 맡았다.

그와 아쇼카의 인연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원 재학 중 북한 인권 문제 관련 NGO 단체에서 일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는 “그 단체에서 2년 정도 일을 했는데 웬만한 사람이 5~10년 정도 경험할 일을 집약적으로 겪어본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 기간 일본과 체코공화국에서 북한 인권문제 관련 국제회의를 개최한 것은 물론, 정치·언론인들에게 북한 인권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또 탈북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라오스 등 동남아지역을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2003년에는 북한 인권결의안이 유엔에 상정돼 최초로 통과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는 역사적인 경험(?)도 했다. 지금은 북한 인권결의안이 의례적으로 통과돼 그리 큰일도 아니지만, 당시만 해도 그가 일하던 단체에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 중 하나로 꼽히던 때였다.

그 단체를 그만 둔 이후 아쇼카와 인연을 맺게 된 결정적 계기가 찾아왔다. 미국의 한 기관에서 그에게 한 가지 제의를 해왔다. 중국에 가서 북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등의 실태를 직접 파악해 보고서를 내보지 않겠냐는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인 그는 3년 가까이 중국을 오가면서 조사를 했고, 그러던 중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고 한다. 문제의 답은 바로 현장에 있다는 것! 그의 말인즉슨, 한국에서는 탈북자들을 살리는 길은 한국으로 데려오는 길뿐이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에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많은 북한 여성들은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거나, 도시에서 일을 하면서 정착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으로 오기보다 그곳에 정착하며 안전을 보장받고 싶어했다. 한 가정의 아내, 어머니로서 인정을 받고 자기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본 그는 결국 혼란에 빠졌다.

그는 “북한 여성을 인신매매로 데려간 중국 남성들은 다 범죄자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북한 여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 돕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들이 살고 있는 중국 지역 내 아동·여성 문제를 다루는 기관과 단체가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접근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러한 시도를 하기 위해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한국사회 최초로 인권과 개발을 함께 아울러 접근하는 방식을 소개하고 다른 기관에 교육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이상과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이 지속 가능하고 또 세상에 확산되려면 아쇼카와 같은 조직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했다. 즉 사람을 알아보고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체인지 메이커가 되기 위해 필요한 4가지 능력을 소개했다. 공감과 팀웍, 리더십, 창의성 등이다. 아쇼카 한국은 이 가운데 우선 공감능력을 어려서부터 기를 수 있도록 내년에는 공감과 체인지메이킹 관련해 관심 있는 이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또 리더십과 팀웍, 창의성 등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습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교육 콘텐츠를 만들어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는 “체인지 메이커는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므로 플랫폼을 주로 개발하려고 한다”며 “체인지 메이커 문화의 확산이 아쇼카의 중요한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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