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분쟁 분포. ⓒ천지일보(뉴스천지)

전세계 곳곳 유혈충돌 사태
작년 분쟁 규모 112개… 충돌 36개
지역 국가 등 다양한 원인으로 촉발
“평화 구축하려는 열린 노력 필요해”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시리아.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아래 수년째 계속되는 내전으로 발생한 희생자는 10만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의 진주’로 불리는 이 중동국가의 인구는 2200만 명 정도. 죽음을 피해 국경을 넘은 이는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을 불안과 공포에 몰아넣은 시리아 사태는 지난 2011년 일부 시민의 평화시위에 대한 정부군의 과잉진압으로 촉발했다. 정부군과 반군의 팽팽한 대립 속에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열강들까지 개입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는 걷고 있다.

최근 정부군이 국제법으로 금지된 화학무기를 반군 공격에 사용해 시민을 1000명 이상 숨지게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등 시리아 우방국과 군사개입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시리아의 앞날은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11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민주화를 기대했던 이집트도 여전히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군사정권 독재 청산과 국민투표에 의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민주정부 수립, 쿠데타에 의한 군부정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유혈충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한 이집트군부와 친 무르시 세력 간에 발생한 유혈충돌로 13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촌은 분쟁 중

1990년대 냉전시대가 끝난 지 20년이 넘었다. 하지만 세계 곳곳은 아직도 분쟁으로 들끓고 있다. 소말리아․나이지리아․앙골라․콩고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내전, 이란․이라크․이스라엘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동 분쟁, 중남미에서 한창인 마약과의 전쟁 등 다양한 형태의 분쟁이 여전히 총성을 울린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분류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세계 총 분쟁 규모는 112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종료된 것으로 판단되는 분쟁은 41개. 이를 제외하고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은 71개 정도다. 충돌 상태인 분쟁은 36개, 대립 상태인 분쟁은 28개로 집계됐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경우 64개에 달하는 분쟁으로 전 세계 분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진영 붕괴하며 분쟁 급증

분쟁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은 학자나 연구기관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냉전 종식 이후 무력 충돌을 포함해 분쟁이 크게 늘었다는 점엔 이견이 없다. 원인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데올로기 진영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진 데서 원인을 찾는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형성된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대결 구도가 붕괴하면서 분쟁 억제 요인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이 다양한 형태로 분출하면서 분쟁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KIDA 이명철 세계분쟁팀장은 “냉전 시기엔 진영 간 싸움이 극대화되면서 각 진영에 소속된 국가끼리의 분쟁은 누그러진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독립국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에 잠재했던 분쟁들이 표출됐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진영 간 대립이 사그라지면서 지역 국가 민족 인종 종교 등 다양한 원인에 따른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분쟁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아프가니스탄전쟁처럼 2개 이상의 국가 사이에 벌어지는 국제 분쟁인 국제형, 한 국가 안에서 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에 벌어지는 분쟁인 내분형, 제3국이나 외세가 개입한 형태의 분쟁인 혼협형이 그것이다. 분쟁의 원인이 여러 형태를 띠면서 내분형과 혼합형의 비중이 큰 편이다.

◆국제기구 분쟁 조정 역할 주목

세계 분쟁이 계속되면서 국제기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불필요한 분쟁을 일으키는 국가는 국제적 신뢰도를 잃게 된다”며 “국제기구는 회원국인 강대국에도 행동의 제약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분쟁 조정에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현재 세계 분쟁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가진 대표적인 국제기구는 유엔(국제연합)이다. 이 기구는 세계 주요 분쟁 지역에 평화유지군과 다국적군을 보내 평화유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적인 힘만으로는 분쟁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 평화운동 단체인 평화의친구들 김기남 사무국장은 “평화는 말 그대로 전쟁이 없는 상태나 총성이 멈춘 상태만을 말하는 건 아니다”라며 “사회 안에 구조적인 폭력이 있거나 정의로움이 실현되지 않으면 완전한 평화는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의가 없을 땐 언제든 분쟁이 재발할 수 있다”며 “평화를 구축하려는 열린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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