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목회자 이미지 추락이 원인… 10만명 감소
“교회 안 나가겠다” 떠나는 ‘가나안 성도’ 늘어
"한국교회 신뢰도 매우 낮아… 목회자, 높은 도덕성 갖춰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의 이미지 추락이 결국 교인 수 감소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다. 연합기관의 금권선거, 목회자들의 교회 재정 횡령, 교회세습 및 온갖 구설수 등으로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는 낮아지고,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은 늘고 있다.
지난 7일 전국 신학대학 교수 172명과 전국 6개 신학회 학자들은 이에 대한 위기감을 표출했다. 이들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이단해제와 관련한 성명을 내며 한국교회의 현실도 함께 진단했다.
학자들은 성명에서 “한국교회가 지금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전에 없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교세가 감소하고 있고, 세계 선교열도 급속하게 식어가고 있으며 각 교단의 신학교마저 입학지원자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개신교계의 교세 감소는 이번 달부터 시작한 개신교 총회 시즌을 맞아 각 교단들이 내놓은 총회보고서 통계자료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주요 교단의 교인 수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예장 통합은 4만 1594명이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기감은 2만 7811명이 줄어들었다. 기성은 2만 1371명이 교회를 떠났다. 기장도 8201명이 줄었다. 도합 10만여 명이 한국교회를 등진 셈. 반면 합동은 6321명, 고신은 255명이 증가한 것으로 자체 통계를 냈다.
교단별 전체 교인 수를 살펴보면 예장 합동이 299만 4874명으로 가장 많았고, 예장 통합이 281만 531명으로 뒤를 이었다. 기감은 155만 7692명, 기성은 55만 442명, 기장 29만 7752명, 고신 27만 606명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부터 300만 성도 운동을 벌인 예장 통합은 300만 성도를 채우지 못하고 기세가 꺾였다. 2011년 소폭 감소한 후 올해는 4만 명이나 줄었다. 특히 영아, 유아, 유치, 유년, 초등, 소년 등 유소년부의 감소폭이 크다. 거의 2만 명에 가까운 수가 감소했다. 기장도 유치부와 유년부에서 약 3500명이 감소했다.
◆교인 수는 감소하는데 목회자 수는 증가
각 교단들의 교인 수는 줄고 있지만 교회와 목회자 수는 늘고 있다. 목회자들이 안정적으로 사역할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셈.
교인이 약 6000여 명 증가했다고 보고한 예장 합동은 지난해 교회 수가 26개 증가했다. 목회자 수는 340명이 늘었다. 목회자 1명당 교인 18명이 증가한 꼴이다.
예장 통합은 교인 수가 4만 명이 감소했음에도 교회는 오히려 112곳이 증가했고, 목회자 수는 무려 596명이 불었다. 전도사도 376명이 더 생겨났다. 침례교도 교회가 89곳 더 등록됐으며, 목회자도 330명이 늘었다. 이 추세라면 국내 개신교 교단의 교회 운영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교회의 교세는 2000년대를 기준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1961~1970년 412.4%, 1971~1977년 56.7%, 1978~1985년 29.7%, 1986~1991년 23.9%로 성장세를 탔지만 1992~1995년 9%대로 급락한 후 2005년 발표된 인구센서스 결과에 따르면 1995년 대비 1.6%가 감소했다. 이후 전반적으로 감소추세다.
개신교 교세가 하락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주요 교단들은 대부분 교세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미연합감리교(UMC)가 심한데, 1964년 이후 매년 교세가 줄어 총 450만 명의 교인이 교회를 등진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장로교(PCUSA)도 200만 명의 교인을 잃었으며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교(SBC)도 5년 연속 교세가 하락했다.
◆교회 떠나는 이유 “목회자 때문에…”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목회자와 다른 교인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 목회사학연구소가 설문조사를 토대로 가나안(반대로 읽으면 ‘안 나가’로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교인들을 가리키는 신조어) 성도와 관련한 내용을 분석한 ‘소속없는 신앙인 조사 결과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중 목회자(24.3%) 또는 교인(19.1%)에 대한 불만이 도합 43.4%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떠나기 전 교회가 어떠했는가를 묻는 물음에 ‘교인들의 삶이 매우 신앙인답지 못했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30.6%로 가장 높았다. ‘담임목사가 매우 독단적이었다’고 말한 응답자도 26.5%를 차지했다.
교회 재출석 시 희망하는 교회는 ‘올바른 목회자가 있는 교회’라고 응답한 사람이 16.6%로 가장 많았다.
지난 5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한국기독교 분석 리포트’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살펴볼 수 있다. 이 리포트에서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목회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19.6%)’였다. 이어 ‘교인들의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모습(17.7%)’ ‘헌금 강조(17.6%)’ 등이 뒤를 이었다.
종교를 가질 의사가 있지만 개신교를 택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응답자들은 ‘교회가 상업적이라서(19.5%)’ ‘믿음이 안 가서(12.2%)’ ‘자기중심적이라서(11.3%)’ ‘맹목적 추종이 싫어서(8.1%)’ 등의 이유를 들었다.
종합해보면 목회자의 이미지가 한국교회 교인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감신대 이원규 교수는 지난 4월 ‘2012년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한국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매우 낮다. 그 책임은 (교회를 이끄는) 목회자에게 있다고 본다”며 한국교회 이미지는 대형교회와 목회자들의 도덕성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목회자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야 교회의 신뢰도가 회복된다”며 “목회자들의 높은 도덕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