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도 강익재 해양수산국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입에서 시(詩)가 물처럼 흘러 ‘행복을 주는 사람’

“해양수산국, 도민의 행복지수 높이는 데 목표 둘 것”
“일하다 힘들 땐 시 한 수 읊으며 새로운 힘 얻기도”

[천지일보=김지현 기자] “시(詩)는 삶의 일부죠. 기쁠 때와 슬플 때, 어렵고 힘들 때마다 항상 친구가 되어주고 큰 힘이 됩니다. 가끔 삶에 지쳐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시를 읊어주면 어떤 위로의 말보다 다시 생기를 찾는 데 도움이 되지요.”

입만 열면 아름다운 선율처럼 시(詩)가 흘러나오는 한 공무원이 있다. 충남도 강익재 해양수산국장이다. 분위기만 어울리면 한 자리에서 10편쯤은 거뜬히 읊어대는 강익재 씨. 시인보다 더 시를 사랑하고 주변인과 함께 나누는 한 사람이다.

기자가 그를 처음 눈여겨 보게 된 때는 영산홍이 눈부시게 화사했던 지난해 봄이었다. 바로 그가 예산담당관 시절, 충남도청의 마지막 영산홍 축제 때였다. 충남도가 도청 이전을 앞두고 내포 신도시를 향한 도전과 희망을 품은 직원들이 오랫동안 정든 터전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도 달래는 시간이었다.

당시는 4월이었지만 24도를 웃도는 초여름 같은 날씨에 햇살이 말갛게 얼굴을 비치는 대낮이었다. 점심을 빨리 마친 도청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모처럼 영산홍의 붉은 꽃망울을 만끽하며 연주되는 선율에 마음을 실었다.

무대에 오른 사람들 모두 노래를 하거나 춤을 췄다. 하지만 그는 예사롭지 않았다.

그가 입을 열자 카메라 안으로 한동안 잊었던 설레임이 밀려들어왔다. 진한 감동이 흐르고 흘러 다소 메말라 있던 이들의 가슴을 듬뿍 적셔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라/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의 나무를 보라” 이외수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이란 시였다.

그날 이 시를 들은 이들은 그날의 추억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겐 시인보다 더 시(詩)를 마음 안에 가깝게 다가오게 해주는 매력과 비법이 있는 듯하다.

그가 가장 아끼는 시 가운데 하나로 정호승의 ‘수선화’가 있다. 그는 사랑하는 직원들 가운데 가끔 삶이 지쳐 힘들어하는 직원이 눈에 띌 때 밥 한 끼 함께 나누면서 흔한 잔소리 대신 넌지시 이 시(詩) 한 수를 읊어주곤 한다. 안희정 도지사가 행정혁신 워크숍에 참석했을 때도 그는 이 시를 읊어주었다.

“울지 말라/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그가 이제 충남도에 신설된 해양수산국장이 됐지만 시를 사랑하고 즐기는 건 여전하다.

그의 시와의 첫 인연은 공주사대부고 2학년 때라고 한다. 국어 선생님이 교과서에 나온 근대 시를 무조건 암기하게 하셨단다. 지금도 32절지 갱지를 나눠주면서 쓰게 했던 기억이 아련히 남아 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알 수 없어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유치환의 ‘깃발’ 조지훈의 ‘승무’, 박목월의 ‘나그네’, 김소월의 ‘진달래’ 뱍두진의 ‘도봉’… 그때 외웠던 시들이 아직도 그의 마음에 녹음테이프처럼 생생히 기록돼있다.

놀랍게도 그가 외우고 있는 시는 약 100여 편이나 된다. 그는 시를 잘 외우는 것처럼 업무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부분이 있다. 그는 숫자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로 한 장면을 찰칵 찍듯 눈으로 영상처럼 통째로 기억하는 습관이 있다.

지난 3월 중앙정부의 해양수산정책의 컨트롤타워인 ‘해양수산부’가 부활함에 따라 지난달 15일 충남도정 사상 최초로 ‘해양수산국’이 출범하면서 강익재 국장이 책임을 지게 됐다.

강 국장은 “도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도민의 행복지수를 높여나가는 데 있다”고 강조하면서 “해양수산국 출범을 계기로 이 목표를 이루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적으로는 작지만 업무적으로는 강한 조직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상하 간 신뢰와 소통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고 외부적으로는 도민이 체감하는 현장 중심의 행정을 펼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해양, 항만, 수산 융‧복합 행정으로 해양건도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서해안 연안 환경 통합 방안을 마련하고 국제해양관광과 레저의 거점을 조성, 환황해권 다기능 항만과 대산항 국제 관문항을 육성하는 데 중점적으로 힘쓰기로 했다.

이외에 그는 해삼 양식 단지를 조성하고 수산분야 연구기반을 확충하면서 미래 해양수산전문인력을 육성할 계획이다.

“잠깐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시고 헤어져도/ 행복을 주는 사람이 있다/ 생각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고/ 꿈과 비전이 통하는 사람/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한 사람/ 눈빛만 보고 있어도/ 편안해지는 사람/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면/ 그 약속이 곧 다가오기를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 행복을 주는 다정한 사람이 있다”
용해원의 ‘행복을 주는 사람’이다.

강익재 씨는 바로 누구에게나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 오늘도 시 한 수 읊으며 자신을 가꾸고 다듬으며 뛰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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