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관찰대상자 교화 대상으로 봐야
보호관찰소에 대한 충분한 설명 필요
님비현상 뫼비우스의 띠 돼선 안돼
시설 입주와 함께 방범에도 신경써야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지역이기주의)의 기준은 무엇인가.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이유 없는 님비는 없는 것 같다. 이유가 있기에 지역이기주의는 더 이상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이유 있는 반발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님비’라는 말은 결코 그 어느 경우에도 사용할 수 없는 말이 되는 것은 아닌지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최근 성남보호관찰소 이전과 관련해 성남시 분당지역 일부 학교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교 거부를 강행하는 일이 있었다. 분당지역 학부모 1000여 명은 분당구 서현역 로데오거리에 모여 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초중고생들이 즐겨 찾는 분당 중심상권에 보호관찰소가 들어오면 아이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된다는 이유에서다. 자신들의 요구는 절대 님비가 아니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분당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법무부는 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말까지 나온 상황이다. 수정구 수진2동에서 지난 4일 분당구 서현동으로 이전한 성남보호관찰소의 경우 시에도 알리지 않고 갑자기 이사를 간다든지, 새벽에 입주한 것 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전할 곳을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주민들의 반발이 있으면 취소했다가 다시 시도한다든지 하는 어려움이 따른 탓도 있을 것이다.

성남보호관찰소 입주와 관련, 이재명 성남시장은 “법무부가 작년에 아무 시설이나 보호관찰소가 들어갈 수 있도록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놓았기 때문에 건물주 하고 보호관찰소가 계약만 하면 아무한테도 알리거나 협의할 필요가 없이 입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이사한 것도 통보받은 적 없고 사전 협의한 적이 없으니 황당하고 주민들은 설마 시가 몰랐겠느냐 하시는데 저희로서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뒤통수 맞은 꼴이라 답답하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성남보호관찰소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님비라고 비판하는 것이 옳지 않다며, 이 시설이 성남 어딘가에는 있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제 주민들이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새 보호관찰소가 혐오시설이 되어버린 것이다.

분당 주민들이 공포감까지 갖게 된 데는 성남보호관찰소가 주민들의 반발이 있거나, 어느 지역에서 정치적 인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때마다 이전했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재명 성남시장의 주장이다. 계속 옮기다보니 엄청나게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반기지 않는 시설이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처럼 참 어려운 문제도 없는 것 같다. 누구나 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학교가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번 성남보호관찰소 이전의 경우, 분당 주민들의 반발이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면, 이전 지역에서 반발해서 이전할 수밖에 없던 부분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는 비단 분당 주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자신이 사는 지역에 특정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꺼렸던 많은 이들에게 묻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영원히 범죄자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범죄자들의 갱생과 교화를 바라지 않는 것인지, 나와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그들을 변화될 수 있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닌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대상으로 단정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물론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역사회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보호관찰소 또한 필요한 시설이다. 이번 문제가 불거지면 불거질수록 보호관찰 대상자들의 갱생과 교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을 교화의 대상이 아닌 그저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범죄자로만 인식하며 세상과 분리시키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쩌면 그들이 사회로 돌아올 자리는 영영 없어질지도 모른다.

성남보호관찰소 이전 문제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모든 님비현상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지역이기주의는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가 하면 이유 있는 반발이지만 남이 하면 지역이기주의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님비’가 아닐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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