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 있는 아동 심리‧언어 발달연구소인 ‘자라는 나무’ 미술치료방에서 신나게 물감을 가지고 놀며 밝게 웃는 아이들.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전 아동심리치료센터 ‘자라는 나무’ 김은정 원장

아동 심리‧언어 발달연구소
음악‧미술 치료로 정서 안정
‘오감톡톡 상상놀이터’ 인기

[천지일보 대전=김지현 기자] “혼자만 놀기 좋아하던 5살짜리 자폐아가 6~7개월 만에 ‘스으으(선생님)’라고 부르며 다가올 때 보람을 느낍니다. 부모님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아이를 키우면 대부분 말을 더듬거나 정서 불안, 공격적인 성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문제의 원인은 아이보다 엄마에게서 찾는 것이 빠르죠.”

대전시 서구 탄방동에 있는 아동 심리‧언어 발달연구소인 ‘자라는 나무’ 김은정 원장의 말이다. 김은정 원장은 ‘자아’를 상징하는 ‘나무’의 의미를 살려서 아동심리치료센터의 이름을 ‘자라는 나무’라고 지었다.

“아이들의 자아가 자라는 나무처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렇게 지었어요. 타인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아이들이 되지 않고 마음을 보고 표현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길 바라며 함께 할 친구들을 찾고 기다려요.”

▲ 아이들의 힐링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는 ‘자라는 나무’ 김은정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자라는 나무’를 찾는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는 아이, 주의 산만하고 집중이 어려운 아이, 고집이 세고 짜증이 많은 아이, 우울하고 의욕이 없는 아이, 물건을 훔치거나 집을 자주 나가는 아이, 거짓말하는 아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는 아이, 발달이 느린 아이, 통제가 안 되는 아이 등 심리치료가 필요한 아이들과 언어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다.

중학교 2학년인 주영(가명)이는 지적장애 1급으로 두 살 수준의 지능을 가졌다. 주영이가 처음 왔을 때는 단어 하나도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했다고 한다.

“부모가 아들의 장애를 인정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학습만 많이 시켰대요. 주영이는 억지로 시키는 것만 하다 보니 자신의 욕구를 잃어버리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하기 시작한 거예요. 무기력하다가도 교실을 막 뛰어다니고 교사 머리카락을 잡아 뜯으며 하기 싫은 것을 하라고 하면 자신에 대한 보호본능으로 싸움을 자주 하는 아이였어요.”

이 같은 성향의 아이가 언어치료와 심리치료, 재활치료를 받은 지 9~10개월 만에 “엄마 물 줘”, “나 화났어요.” 등 짧은 문장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길고도 지루한 싸움이죠. 인내심이 요구되는 과정이 필요해요. 교사와 어머니 사이에 소통과 호흡, 신뢰가 우선이 되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 원장은 “어머니가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 음악치료실에서 신나게 장구치며 놀이하는 아이들의 밝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보여주기 위한 교육을 하는 엄마도 있어요. 근본적으로 아이가 어떻게 치료가 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협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만 찍어다가 블로그에 올리고 ‘나 이렇게 교육하고 있다’는 위안을 얻고 가족과 주변인에게 과시하는 거죠. 교사와 아이의 상담과 치료를 방해하며 잘 키웠다는 자료를 남겨야 한다는 엄마를 대할 땐 참 어이없어요.”

김 원장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어머니 대응’ 문제라고 한다. “아이보다 엄마를 대응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엄마가 공격성을 가지고 있거나 일관성이 없고 자기변명에 급급하고 약속을 잘 어기는 경우죠.”

그러면서 김 원장은 “장애아를 만드는 것은 주변의 조건입니다. 장애를 극복하는 것도 주변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죠. 엄마의 태도가 한결같아야 하는데 엄마 자신이 일관성이 없는 경우 아이들이 보고 배우며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기 힘들게 되죠.”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6개월~1년 정도, 장기간 치료와 교육이 진행되어야 변화가 나타나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게 문제라고 한다. 아이의 상태가 심각한데도 7~8월엔 비가 많이 와서 치료를 중단한다는 어머니도 있다.

교사에겐 인내와 봉사정신이 필요하고 감정조절을 잘해야 한다.

▲ ‘자라는 나무’ 심리발달연구소 입구에 서 있는 김은정 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자라는 나무’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 가운데 ‘미술치료’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표현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흥미로워하는 편이다.

“특히 재료 가운데 밀가루는 부드러운 느낌에 재미있고 안정적이어서 인기가 좋아요. 아이들이 밀가루를 뿌리고 숨고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의 하나로 자리잡았어요.”

‘오감톡톡 상상놀이터’는 형제가 없는 아이들에게 좋다. “5명씩 그룹을 정해서 난타와 체육 활동을 해보는 거예요. 함께 어울려서 놀면서 내가 아닌 다른 아이로 인해 자신이 즐거워지거나 기분 나빠지는 상황도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교사와 1:1 심리 지원으로 자존감을 회복한 후 팀 치료로 놀이터에서 같은 발달 수준과 연령의 아이들이 치료를 받는 과정이다.

‘일곱 빛깔 뮤지션’은 악기로 자기표현을 체험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기타보다 작은 크기의 ‘우쿨렐레’를 배우고 연주하면서 중저음에 부드러운 느낌과 소리로 정서를 순화시킬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해피 패밀리 가족치료’는 전문적인 사회복지사가 가정을 방문해 가족과 함께 치료과정에 들어가므로 아이들의 주변 환경이 개선되면서 아이가 안정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엔 언어실 2방, 미술실 4방, 음악실, 요리실, 상담실, 대기실, 심리운동실 등이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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