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간 배타주의 ‘내 종교가 최고’ 경전의 가르침 오해한 것에서 비롯

#사례. “돌로 쳐 죽이라니… 이렇게 야만적 행위가 기록된 경서를 어떻게 믿을 수 있어요?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을 사랑의 하나님이라고 하지만 성경에는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야기가 너무 많이 나와요. 그래도 사랑의 하나님인가요?”

불교인인 A씨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전철에 올랐다가 기독교인 전도자 B씨를 만났다. B씨는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쳤고, 이를 지켜보던 A씨의 눈엔 공공시설인 지하철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전도행위가 ‘고성방가’로 비춰졌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다가간 A씨에게 B씨가 대뜸 성경책을 건넸다. 얼떨결에 성경책을 살펴보던 A씨의 눈에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여야 한다는 글귀가 들어왔고 A씨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경전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는 경전의 가르침을 오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뉴스천지
 

 

먼저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진리를 전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독행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난해 종교편향 문제로 정국이 떠들썩했던 가운데 한 목회자가 외친 자성의 목소리다.

다종교사회이면서 유독 종교 간 배타적 성향이 강한 것이 우리나라다.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은 어디서부터, 무엇에서 비롯될 수 있을까. 

얼마 전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의 문자로 한글이 채택됐다. 찌아찌아족은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고 계승 발전하기 위해 문자가 필요했고, 세계 각국의 언어 중 대한민국의 문자인 한글이 채택됐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훈민정음학회가 한글을 전파ㆍ보급하는 것에만 목적을 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찌아찌아족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 그것을 지키기 위한 문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의미를 뒀다고 했다. 이를 통해 한글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졌고, 두 민족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활발한 교류 또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

우리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야 하지 않을까.

종교가 화합하고 상생하기 위해선 먼저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 서로의 사상과 교리에 대한 관심에서 화합과 상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내 종교가 최고다’는 식의 우월감과 ‘타종교는 잘못된 종교, 사이비’라는 인식을 가지고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을 외친다는 것은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경전 해석 차이에 따라 종파 종단 나뉘어

 

▲ 각 종단의 경전과 교리서. ⓒ뉴스천지
최근 종교인구 증감추이를 살펴보면 불교와 천주교 인구 비율은 높아지는 반면 개신교 인구는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늘어난 종교가 있는가 하면 줄어든 종교도 있다. 특히 30대와 40대에서는 종교를 믿는 인구비율이 감소하는 특징을 보였다.

“사랑을 외치면서 ‘내 것’만을 내세우고 함께 힘을 합쳐야 할 상황에서는 협력하지 않는다. 불교와 기독교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마치 물과 기름을 보는 것 같다. 이웃을 사랑하자고 하면서 그들은 왜 서로 사랑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비종교인 김용환(의정부, 35) 씨가 바라보는 오늘날 종교인들의 모습이다.

문제는 이처럼 종교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이 한 사람의 생각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종교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과 그들에게 비춰진 종교인들의 행함 중 어느 쪽이 비뚤어진 것인지 고민해볼 문제다.

수많은 종파와 종단이 존재하는 가운데 그에 따라 경전도 여러 종류가 있다. 하지만 같은 경전을 사용하는 종단 내에서도 해석과 교리가 달라 분파와 분쟁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경전을 해석하는 차이에 따라 종파와 교파가 나눠지고 종교인끼리 서로를 이단시하는 사례도 무수히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식ㆍ비공식 합산 200여 개가 넘는 교파로 나눠져 있는 개신교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교리가 달라서? 경전 가르침 잘못 이해해 갈등

비단 개신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각 종교마다 ‘진리’라 하는 경전을 가지고는 있지만 종교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다 지난해엔 종교편향 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기도 했었다.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증폭되면서 지난해 9월부터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중 종교차별 금지조항이 신설됐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내 ‘공직자 종교차별신고센터’가 설치·운영됐고, 11월부터는 ‘공무원행동강령’이 개정, 종교차별 금지규정이 신설됐다.

현재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된 지 반년을 훌쩍 넘긴 가운데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종교편향 방지교육이 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이 ‘종교 편향과 갈등, 어떻게 극복할까’를 주제로 지난 8월 11일 서울노원경찰서(서장 이용표)에서 공직자를 대상으로 강연한 내용의 일부이다.

“흔히 종교들의 교리(敎理)가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들 한다. 하지만 근원적으로 보면 교리가 달라서 종교 간 갈등이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갈등이 생긴다면 그것은 교리, 즉 가르침(敎)의 원리(理)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독단화한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교리 자체가 아니라 오해를 이해로 착각하는 데서 갈등의 원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훨씬 많은 기독교인들이 그런 예수의 정신보다는 예수를 죽인 고대 유대교적 관습의 논리를 더 따르고 그에 매인다. 구원이 기독교 밖에도 이루어진다고 말하면 불경하다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짓는 공격적 표정이란 이천년 전 예수를 죽인 사람들이 꼭 그랬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런 식으로 오늘날 기독교는 다른 종교와 조화하지 못하면서 종교 간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다. 도대체 왜 그런 유치한 일이 계속 벌어지는 것일까. …(중략)… 이미 말한대로 그것은 예수를 믿는다는 기독교인조차 대부분 교리를, 성서를, 예수의 근본  정신을 피상적으로만 이해하거나 자기중심적으로 오해하는 데서 온다.”

 

▲ 각 종단의 경전. ⓒ뉴스천지
핵심은 무엇인가. 종교 간 교리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경전의 근본 가르침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비종교인들은 경전의 가르침과 종교 자체를 불신하게 되고, 종교인들 스스로 경전이 뜻하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역주행을 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이찬수 원장은 “이 시대는 독백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 상대방이 말할 때 들을 수 있는 것이 사랑의 원리이고 이것이 종교적 원리인 것”이라며 대화와 이해를 강조했다.

이쯤 되면 ‘각 종교의 경전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기에…’란 물음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경전은 그 종단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 경전이 뒷전에 나뒹구는 안타까운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를 두고 종교인들이 경전의 가르침과 목적을 잃었기 때문에 종교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종단의 경전에 대한 무지가 창시자는 믿으면서 창시자의 말(즉, 교리)은 믿지 않는 신앙행태에서 비롯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전에 대한 무지, 신의 뜻 아닌 신앙행태 초래

오늘날 종교인들이 경전에 어떤 의미를 두고 신앙을 하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종교인들에게 경전이란 나침반과도 같은 것이다. 각 종단들은 저마다 해당 종단의 경전이 신의 뜻을 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늘날 종교가 사회 화합에 앞장서기보다 오히려 갈등과 분쟁의 원형이 되고 있는 현실은 종교가 경전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읽어도 모르는데 이를 덮어놓고 있으니 신의 뜻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앙의 길을 가고 있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더불어 타종교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없어 잘못된 사실로 정죄하거나 불신하는 경우 또한 타종교의 경전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기 위해선 그 종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우선시 돼야 한다.

이에 본지는 종교 간 화합과 상생의 핵심이 되는 경전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범종교지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고자 종단별 경전교리비교 지면을 마련했다. 각 종단의 경전을 소개하고, 종파별 교리적 분쟁의 요소가 되고 있는 주제들을 모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획지면이다.

종교의 주체인 독자들이 종교 간 경전을 이해하고 깨닫고 분별할 수 있는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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