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형량 하한보다 2년 낮은 징역형 선고

특수강도강간 등의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에게 양형기준의 권고형량을 벗어나 감형을 선고한 판례가 나왔다. 권고형량이란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형법이 정하는 형량 안에서 각 범죄 행위에 대한 적정 수준의 양형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1일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최철환 부장판사)는 30대 여성을 강간하고 신용카드를 뺏어 현금을 인출한 혐의로 기소된 A(29)씨에게 권고형량의 하한인 9년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 행위로 보건대 처벌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것이나, 강도 또는 강간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피해액이 소액인 점, 피고인의 나이를 고려할 때 개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 점 등 정상을 참작해 양형기준상 권고형량의 하한을 벗어나 피고인에게 이와 같은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다세대 주택 4층에 있는 여자친구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옆집에 사는 B(31)씨가 혼자 살고 있는 것을 알았다. 이에 금품을 훔치기로 마음을 먹고 피해자의 집에 몰래 침입해 귀가하던 B씨를 흉기로 위협, 신용카드와 직불카드를 강취한 뒤 겁에 질려 반항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2회 강간했고, 편의점에서 피해자 명의의 직불카드 등으로 14만 원을 인출했다.

양형위원회가 지난 4월에 발표한 권고형량 기준안에 따르면 특수강도강간과 여신금융업법위반, 절도를 저지른 A씨는 강간죄 제3유형(강도강간) 중 가중영역에 해당돼 권고형량 9~13년을 적용받게 된다.

이번 판결은 지방법원이 정해놓은 틀에서 벗어나 피고인의 정상을 충분히 참작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다른 한편으로 같은 범죄에 대해서도 양형이 천차만별인 이른바 ‘고무줄형량’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권고형량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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