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

한국전쟁 때 미국에 불법 반출
한미 공조수사로 무사히 한국행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한국 최초의 근대 화폐를 찍어내던 인쇄판(원판)이 한국전쟁 중에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6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의 이번 환수는 한국과 미국 당국이 공조 수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 의미가 크다.

문화재청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은 덕수궁에 소장돼 있다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참전 미군인 A씨에 의해 미국으로 불법 유출됐다.

이후 2010년 4월, 이 호조태환권이 유족에 의해 경매에 나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당시 주미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 이종철 부장검사는 전쟁 중 국외 문화재 반출이 불법임을 알리며 경매 중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락자(경매를 통해 동산이나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람)에게 넘어갔고, B씨에게 대금입금 및 인수 연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에 주미 한국대사관 법무협력관은 경매 직후 관련 사실을 한국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보고하고, 미국 국토안보부와 법무부에 형사 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이후 2010년 6월 미국 국토안보부 이민관세집행청이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한국의 대검찰청은 문화재청과 함께 미국 측 수사와 관련해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의 진위, 한국정부의 소유권 유무, 문화재 유출 경위 및 문화재 관련 국내 법령 근거 등 관련 증거 및 참고자료 등을 제공하며 미국 측의 공조수사를 강화했다.

또 같은 해 9월에 대검찰청은 미국 이민관세집행청과 상호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수사공조의 공식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민집행관세청 국토안보수사국(HSI) 한국 지부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건 수사를 공조했다.

올해 1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은 ‘미국 연방장물거래금지법’을 적용, 호조태환권 인쇄 원판 경락자인 B씨를 체포하고 인쇄 원판을 압수했다. 2월에는 경매회사 대표를 체포했으며, 지난달에는 몰수 절차를 완료했다.

호조태환권은 조선이 1892년 근대 화폐제도를 도입하고자 설치한 태환서(兌換署, 신화폐와 구화폐 교환 업무처)에서 발행한 화폐로, 구화폐와 교환하는 용도다. 이후 조선은 태환권을 이용해 구화폐를 회수하는 계획을 세우고 50냥권, 20냥권, 10냥권, 5냥권 총 4종 호조태환권을 제조한다.

하지만 호조태환권은 유통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1893년에 전환국을 운영하던 일본인 사이의 내분으로 조선 정부가 인천전환국의 운영권을 되찾은 후 다음 전환국에서 제조한 호조태환권을 소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환수된 인쇄 원판은 태환권을 찍어낸 원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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