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책선을 순찰 중인 육군. (사진제공: 22사단)

쏟아 부어도 차지 않는 무기고
전 세계 GDP 2.5% 군대에 펑펑
안보 수준 오히려 떨어져 딜레마
“중국 급부상이 한국·일본 자극”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군비 확충 경쟁. 이미 냉전 시대는 끝났지만, 여전히 뜨겁다. 일부 서방 국가에선 경제 위기와 함께 군비 축소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한 나라의 군비 증강이 다른 나라의 군비 증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지역과는 달리 아시아 지역에서의 군비 경쟁은 오히려 뜨겁게 달아오르는 상황이다.

세계 국방비 통계자료는 조사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대동소이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통계자료에서 공통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가 세계 국방비 지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4월 15일 발표한 세계 군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세계 총 군사비는 전년에 비해 0.5% 줄어든 1조 753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GDP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국이 6820억 달러로 1위, 중국이 1660억 달러로 2위, 러시아가 907억 달러로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317억 달러로 12위였다.

우리나라 국방비는 1994년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선 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1982년 3조 1207억 원이던 국방비는 2012년 32조 9576억 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국방 예산은 34조 3453억 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4.2% 증가한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2021년경에는 4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추산된다.

▲ 세계 군사비 지출 순위(2012년)-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시아 국방비 지출, 가파른 상승세

세계 군비 경쟁을 이끄는 나라는 중국이다. 미국 다음으로 국방비를 많이 쓴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국방비는 2000년 146억 달러, 205년 295억 달러, 2010년 810억 달러, 2013년 1143억 달러 등으로 계속 늘었다. 중국이 국방비를 축소해 발표하려는 경향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군사분석기관인 ‘IHS 제인스’는 지난해 미국의 20%에 그쳤던 중국 국방비가 8년 후 44%까지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 군비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이나 미국이 국방 예산을 줄이려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 3월 연례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군비가 올해 처음 유럽을 초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국방비로 2620억 달러를 쓴 아시아 국가들이 2700억 달러 가량을 지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16개국을 올해 안에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세 불안에 군사력 증강 악순환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은 불안한 지역 정세와 무관치 않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에 맞선 중국은 군비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과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남중국해 분쟁도 군비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과의 분쟁 위기에 놓인 동아시아 국가들도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일 갈등은 항모 건조 경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중국이 지난해 첫 항모 랴오닝(遼寧)함을 취역시킨 데 이어 일본이 지난달 6일 경항모급 헬기 항모 이즈모(出雲)함을 진수했다. 중국과의 해상 분쟁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핵추진 항모를 개발 중인 중국은 2020년까지 총 6대의 항모 배치로 압도적인 해상 전력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남중국해에선 중국과 인도와의 항모 경쟁이 뜨겁다. 인도는 최근 길이 260m의 항모 비그란트(Vikrant)호를 진수해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다. 인도는 자체 제작할 항모와 러시아로부터 인수할 비크라마디티야(Vikramaditya)호를 더해 2025년까지 총 4척의 항모를 갖추게 된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 역시 배수량 3250톤급 초계용 함정을 도입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집단적 자위권’ 주변국 자극 우려

앞으로는 일본의 우경화 정책이 아시아 군비 경쟁을 부채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이 그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타국으로부터 직접적인 공격이 없어도 동맹국이 공격 받는 상황에선 타국에 반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전쟁 포기, 전력보유 금지, 국가 교전권 금지 등을 명시한 일본 헌법 9조 파괴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주변국인 우리나라를 자극하고, 중국 군비 확장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간 군비 경쟁은 역으로 안보 불안을 초래한다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한 나라에서 안보를 높이기 위해 군비를 증강했는데, 그것 때문에 상대국 역시 군비를 증강하면 결과적으로 자국의 안보가 떨어지는 결과가 된다”며 “중국의 급부상이 한국이나 일본으로 하여금 중국을 억제할 수준의 군비를 갖추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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