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가격대 낮추거나, 구입규모 줄이거나

▲ 3일 서울 롯데마트 구로점을 찾은 한 고객이 추석선물을 고르면서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2주 앞으로 다가온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 하지만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도 닫힌 모습이다.

9일 오후 찾은 서울 롯데마트 구로점에는 다양한 추석맞이 선물세트들이 마트 중앙에 진열돼 있었다. 주중이라 마트 자체에 사람들이 많지 않기도 했지만, 선물 판매대를 그냥 지나치거나 가격대만 확인하고 지나가는 시민들도 많았다.

행사장을 찾은 대부분의 시민들은 지난해보다 선물 가격대를 낮추거나, 구입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열(58, 남,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씨는 “거래처에 줄 추석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가격대를 둘러보고 있다. 마진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경기가 좋지 않아 이번에는 선물할 거래처를 지난해보다 10~15% 정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옥성(남,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씨는 “선물할 거래처 수는 작년과 같지만 선물 가격대를 낮추려고 한다. 작년에 5만 원대에 선물을 구입했다면 이번엔 4만 원 선에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친지들에게는 아예 선물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영이(52, 여, 고척동) 씨도 “지난해 5만 원대에 거래처에 보낼 선물을 구입했는데 올해는 3~4만원대로 낮추기로 했다”며 경기가 너무 어렵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실제 2일 롯데마트가 자사고객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추석 선물을 사는데 쓸 평균 예정 금액은 19만 7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21만 2000원보다 약 1만 5000원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 추석에는 선물을 사지 않겠다’고 밝힌 응답자도 전체 응답자의 11%에 달했다. 10명 중 1명은 추석 선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설 명절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다. 다만 추석 선물을 사지 않는 이유로는 ‘현금이나 여행 등으로 대체(41%)’가 가장 많았고 ‘경기 불황에 대한 부담(32%)’도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보다 추석 선물 구입비용을 줄이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전체의 22.8%나 됐다.

이와 달리 작년보다 경기가 조금 나아져 선물 비용을 늘릴 계획이라는 시민도 있었다. 조성윤(31, 남, 경기도 광명시) 씨는 “작년에는 선물구입 비용을 줄였지만 올해는 경기가 좀 나아져 예년대로 다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중구 엘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실제 소비심리는 지난해 말 이후 소폭 개선되는 모습이나, 실제적으로 소비 증가율은 낮고 여전히 미진하다”며 “가장 큰 원인은 소득의 회복 속도가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말보다는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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