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소속 스님들이 29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한 뒤 조계사 주지 도문스님과 면담하기 위해 이동 중이다. 수좌회 측은 지난해 도박 사건 당시 자승스님이 약속한 8개 사항을 이행할 것과 연임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수좌회, 94년 종단개혁 후 처음 ‘묵언정진’… “연임 저지 때까지”
자승스님 ‘침묵’… 호법부, 수좌회 겨냥 “종단 흔들지마” 경고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자승 총무원장의 연임 중단과 퇴임을 촉구하는 수좌(선원에서 좌선하는 승려)스님들이 종단 개혁에 뛰어들었다.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무원장 선거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는 29일부터 총무원 청사 옆에 위치한 전통등연구소 ‘가피’에서 묵언정진에 들어가 파문이 일고 있다. 스님들의 묵언정진은 자승스님의 재임 반대를 요구하는 시위 성격이 강하다. 수좌스님들이 단체로 종단 문제로 총무원 청사에 진입하는 것은 1994년 사태 이후 처음이다.

조계종 96개 선원의 승려 1804명의 대표기구인 선원수좌회는 현 총무원장인 자승스님의 연임 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수좌회는 지난해 도박 사건 당시 자승스님이 약속한 8개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현 총무원장 연임에 대해 침묵할 수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아름다운 회향’ 약속을 이행하라는 이들의 요구는 사실상 현 총무원장 재임불가를 천명한 것이다.

대책위원장 석곡스님은 “정진은 오늘 시작해서 매일 진행된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연임이 저지될 때까지 무기한 진행된다”고 밝혔다. 묵언정진은 하루 4차례 열린다. 수좌회 스님들은 새벽 4~5시, 오전 8~11시, 오후 1~5시, 저녁 7~9시까지 교대로 정진한다.

◆재가단체 “불법 종권다툼 멈춰” 한목소리
정의평화불교연대·민불동지모임에 이어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이수덕)가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연임기도 중단과 즉각 퇴임을 촉구한 선원수좌회의 주장을 지지한다는 성명서를 27일 발표했다.

재가연대는 ‘전국선원수좌회의 촉구를 적극 지지합니다’ 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벌어졌던 숱한 범계(범죄)행위와 그에 대한 종단 징계기관의 직무유기를 더하여, 이제 종단구성원의 기본적 인권과 불자로서의 자존감 그리고 종단의 법규인 종법이 모두 유린되는 상황”이라며 “‘종단 혼란에 이미 직간접으로 자승 원장을 중심으로 한 집행부가 연관돼 있어 수습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라고 하는 수좌스님들의 입장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단의 개혁 대상인 스님들이 자성과 쇄신 결사라는 허울 뒤에 숨어서 자행하는 시대착오적이고도 불법적인 종권다툼을 멈추어야 한다”면서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조계종단은 한국불교의 정통성을 주장하던 그 위상은 물론 불교종단으로서의 존립 기반마저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승스님, 연임 여부 “언급 적절치 않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연임 여부와 관련해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자승스님은 28일 호주 시드니 소피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년간은 씨를 뿌리는 과정이었다. 1~2년 또는 10~20년 뒤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연임 논란에 대해서는 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총무원 호법부는 묵언정진을 선언한 전국선원수좌회를 겨냥해 28일 담화문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 양측의 갈등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호법부는 “종법 질서를 벗어난 주장과 행동은 파(破)승가 행위로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호법부장 정안스님은 “종헌·종법 준수와 선거법 위반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제34대 총무원장선거와 관련해 종헌종법에 벗어난 어떠한 주장이나 행동도 종단의 안정을 저해하고 화합을 깨뜨리는 것으로 보고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며 “선거 후보자 및 선거인단 그리고 종도 모두가 종헌과 종법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호법부는 선거법 위반 사례에 대해 제보해 줄 것을 공지하며 “선거법 위반 사례는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엄중하고 신속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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