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전 부총리 가슴으로 외치는 ‘한국교회여, 낮은 곳에 서라’
‘기독교 신자는 늘어나는데 예언자의 안목을 지닌 예수따르미들이 이렇게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교회를 향해 이 같은 물음을 던지는 책이 출간됐다.
한국교회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와 자성의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신앙인들의 잠을 깨우는 또 하나의 날카로운 충고가 더해졌다.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한완상(73) 전 부총리가 ‘한국교회여, 낮은 곳에 서라(포이에마)’는 책을 출간해 한국교회의 곪아터진 환부에 다시 한 번 매스를 들이댔다. 이 책은 30여 년 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시절 썼던 ‘저 낮은 곳을 향하여’라는 책을 다시 수정해서 새로운 글을 덧붙여 내놓은 책이다.
한 전 부총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30년 동안 한국교회가 더 염려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이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책을 수정해서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1978년 교회의 변화를 바라고 썼던 교회비판서였다. 하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의 병폐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문제점이 악화되고 있어 저자의 심정은 무겁기 그지없다.
한 전 부총리는 한국 교회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까닭을 높은 곳에 우뚝 서기를 즐기는 교회의 태도에서 찾았다.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영광의 교회, 힘 있는 교회, 세상을 내려다보고 호령할 수 있는 이른바 성공한 교회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런 태도는 사실 세속적 탐욕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한국교회가 권력과 결탁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한 전 부총리는 “방주가 되어야 할 교회가 세상의 나쁜 권력의 속성들을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이유로 “복음의 참뜻을 몰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역사적 예수를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갈릴리에서 사셨던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알아야하는데 제도적인 교회는 역사적인 예수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며 “교리적인 측면에서만 예수를 보고 성경을 해석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예수님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다’에만 관심을 두고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시기 전에 살았던 삶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안 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로마 권력이 즐겨 사용하는 칼을 가지고 폭력으로 해결하려 했다면 예수님은 혁명가가 됐겠지 십자가 지고 그야말로 철저하게 실패한 길을 갔겠는가”라고 물음을 던지며 “예수님의 죽음이 억울하고 부당했기 때문에 부활의 찬란한 영광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부활의 찬란한 영광만 따먹을게 아니라 그 부활의 영광에 이르기까지의 그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 자체가 복음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낮아지는 것만이 희망”이라고 했다. 이 땅에서 이루어야 할 하나님 나라를 위해 예수처럼 ‘낮은 곳으로’ 내려가 섬기는 삶을 살자고 호소한다.
한 전 부총리는 이 같은 메시지를 신앙인과 비신앙인 둘 다 듣기 원한다고 했다. 기독교를 개독교로하고 폄하하는 비신자들이 보고 ‘아, 기독교는 그런 게 아니구나. 예수님은 그런 게 아니구나. 복음의 본질은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교회는 열심히 다니면서 역사적인 예수를 모르고 교리를 통한 예수그리스도로만 아는 사람들에게는 ‘아, 갈릴리 예수는 얼마나 훌륭한 분이고 그분이 이렇게 억울한 고통을 들어주려고 애썼기 때문에 부활하셨구나’ 하는 것을 새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역사 속에서 교회가 저지른 잘못을 정직하게 회개하고, 낮은 데로 흐르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흘러 메마른 땅을 적시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아파하는 공감자로 사는 삶이 진정 예수 그리스도가 원하는 삶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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