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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정수기.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정수기 보급률은 2010년 말 기준으로 54.3%에 달한다. 이 같은 정수 시장의 빠른 성장은 수돗물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민 절반이 믿고 먹는 ‘정수기 물’이 인체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수기 방식에는 크게 역삼투압방식과 중공사막 방식이 있는데 이중에서도 특히 역삼투압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 정수기 방식의 절반 정도는 역삼투압방식이 사용된다.

역삼투압 방식이 적용된 정수기의 경우 ▲물 낭비가 심하다는 점 ▲인체에 필요한 미네랄까지 전부 걸러낸다는 점 ▲장기 복용 시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산성수’라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수기 시장 성장 이면엔 사업자 ‘수돗물 불신’ 조장

정수기는 1940년대 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해군에 의해 개발됐다. 수개월 동안 전쟁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들의 식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해 담수로 바꾸는 장치, 즉 역삼투압정수기를 개발하게 됐다. 이후 우리나라에도 정수기가 도입되면서 국내 정수기 시장이 9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하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의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화로 인해 하천이 오염되자 정부에선 정수처리를 거친 수돗물을 공급하게 된다. 수돗물이 공급된 지 100년이 넘은 현재 국내 상수도보급률은 98%로 전국 대부분 가정에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 수돗물의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함께 이루어졌다.

하지만 수돗물 음용률은 고작 3%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수돗물 음용률은 3.2%로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의 수돗물 음용률 47.4%(2008년), 일본 26.8%(2009년) 등 선진국과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수돗물을 먹는 대신 정수기 사용과 먹는 물 구입에 연간 2조 원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수돗물 음용률이 낮은 걸까? 그 바탕에는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깔려있다. 1991년 발생했던 낙동강 페놀오염사건과 그 이후 크고 작은 오염 사고 등으로 인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커졌던 것. 또 하나는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정수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정수기 업체들이 수돗물 불신을 조장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서울특별시 상수도사업본부 이성재 과장은 “그 당시 일부 정수기 업체들이 정수기를 판매할 때 TDS 측정기와 전기분해실험 등을 통해 (마치 수돗물이 몸에 해로운 물인 것처럼) 허위 선전을 하면서 수돗물 불신을 조장했다”고 말했다.

TDS 측정기는 인체의 위해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물에 녹아있는 미네랄 등을 포함한 총고형물질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정수기 업체에선 수돗물의 TDS 측정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것이 오염물질 때문인 것으로 허위 선전해 소비자를 현혹시켰다는 것이다.

현재는 대부분의 정수기 업체들이 TDS 측정기 등을 이용해 허위 선전을 하고 있진 않지만 수돗물을 불신하게 만드는 행위는 여전했다.

실제로 본지 취재기자가 지난 21일 서울 시내에 있는 정수기 판매 현장을 방문해 소비자에게 어떤 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지 살펴봤다. 정수기 판매자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수돗물이 안전하지 못하다”며 “정수기는 방사능 물질까지도 다 걸러주기 때문에 정수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수기 업체 관계자는 “회사 공식적으로 어떤 물을 먹어선 안 된다고 말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판매자들에게) 교육하지도 않는다”면서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의 취사에 따라 선택해 마시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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