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경(서울혜화경찰서 종로5가파출소) 순경

▲ 박재경(서울혜화경찰서 종로5가파출소 순경)

부모님, 장맛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오후입니다. 남부지방은 지금 폭염이 왔다고 하는데, 이곳은 하늘이 구멍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날씨도 다른 타지에서 혼자 독립한 지도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작년 여름, 너무나도 덥던 7월 부모님 앞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중앙학교를 졸업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저는 뜨겁던 그날을 잊을수가 없습니다. 부모님 앞에서 정복을 입고 거수경례를 하던 그때,
어머니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을, 그리고 아버지께서 잡아주셨던 떨리던 손을.

대한민국 경찰이 되어서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너의 꿈을 오롯이 너의 노력으로 이루어 주어서 고맙다고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

그게 어찌 저의 노력이겠습니까. 서울에서 혼자 공부하던 그 때, 아버지께서 저의 고시원방을 보시고 흘리셨던 눈물의 보답이고, 하루하루 끼니나 거를까 노심초사하시며 갖은 밑반찬을 보내주신 어머니의 사랑의 열매지요. 평생을 이렇게 저를 위해 살아오시면서 저를 응원 해 주시던 부모님의 마음. 이렇게 타지에 혼자 있다 보니 더욱더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30년을 공직에서 누구보다 성실하고, 청렴하게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 저는 아버지 같은 공무원, 대한민국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 자신의 이익보다 타인을 위해 한 번 더 희생하고, 하나를 내려놓을 줄 아는 그런 공무원이 되겠습니다.

가끔 파출소에 아버지 나이 정도의 분들이 술을 드시고 오셔서 세상 힘든 이야기를 하실 때면, 아버지가 너무 많이 생각나요. 나의 아버지 역시 이렇게 힘든 세월을 사셨을 텐데.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도 누구에게 힘든 말 못하셨을 나의 아버지. 그래서 그분들을 볼 때면 더욱더 측은하고, 그분들의 흐트러진 와이셔츠가 가슴 아플 때가 많아요. 제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근무를 하다 보니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합니다. 아버지.

유난히도 힘들었던 야간근무를 마친 어느 날 아침, 엄마에게 투정부리고 싶었지만, 걱정하실까 아무렇지 않게 안부전화를 했다고 말하고 엄마 목소리만 듣고 잠들었던 날. 자고 일어나니 엄마에게 온 카톡 한 줄. “사랑하는 딸, 파이팅.”

이 7글자를 보는 순간, 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참을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안부 전화를 할때 마다 그저 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다 아셨나 봅니다.

내 목소리 하나에, 말투 하나에, 그게 나의 어머니 입니다.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고, 내가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이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힘을 내야겠구나, 내가 어디서든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그것이 부모님에게 보답할 길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저는 다시 화이팅 하기로 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저는 부모님이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저 또한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족이 있어 힘을 낼 수 있고, 부모님이 계셔 언제 어디서든 당당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부모님의 힘의 원천이듯 부모님 역시 저의 버팀목입니다.

어머니 아버지, 전 경찰이란 직업이 너무나 좋습니다. 부모님은 밤을 새야하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저녁에 술 취한 사람들이 괴롭히면 힘들겠다고 하시지만, 그만큼 큰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찰로서 힘든 일도 많을 것이고,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저는 부모님께서 가르쳐주신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몸으로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꺼라 확신 합니다. 부모님께서 주신 사랑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일 수 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손 내밀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이 있으니까요.

언제나 부모님께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기 위해, 당당하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멀리 있다는 이유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나 아쉽고, 죄송합니다. 좀 더 자주 전화 드리고, 자주 찾아뵙도록 노력할게요.

아버지와 함께 반주를 함께하며, 이야기 나누는 걸 너무 좋아하시는 우리아빠. 이제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아빠가 한잔 술에 힘드신 직장생활을 담아 넘겨버리고 싶을 때, 함께 술잔 한번 칠 수 있는 가장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나의 최고 사랑스런 공주님이신 우리엄마. 엄마의 울타리가 되어 드릴게요. 엄마가 힘들 때, 안아드리고, 외로울 때 함께 걸어가는 울타리가 되어드릴게요.

이제 제 걱정 너무 하시지 마시고, 두 분이서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맛있는 것도 드시러 다니셨으면 좋겠어요. 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시고, 언제나 행복한 우리가족 되어요.

엄마 아빠 너무나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2013년 07월의 어느날 박재경

▲ 박재경 씨와 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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