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중학교에서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맞은 1학년 교실에서 한 학생이 무더위에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개학연기·단축수업 등 일부 학교에 국한
학생들 “학교 너무 더워 수업 집중 안돼”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전국에 폭염이 이어지면서 개학연기와 단축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정상수업을 하면서도 전력 피크시간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가 지난달 발표한 ‘학교살림살이 실태 교원설문조사’에 따르면 60%가 넘는 현직 교사들이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학생들이 수업을 힘들어하고 집중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교사들은 “냉난방이 되지 않아 학생 건강이 우려된다. 너무 더워서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며, (어떤 학생들은)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방학이 끝나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들도 연이은 폭염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 아직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취약 계층이다. 또 학교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학업환경을 조성해줄 의무가 있는 장소지만 현실은 반대여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총은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개학한 학교도 정상적 수업이 힘들어 학교장 재량으로 단축수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교육청은 학교장이 휴업이나 단축수업 등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행정 조치를 통해 찜통교실에서 수업해야 할 학생들과 교사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당국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전국 200여 개의 초‧중‧고등학교에서 개학을 연기하거나 단축수업을 진행하는 등 폭염에 대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다수 학교들은 학사일정 조율의 어려움을 이유로 여름방학을 끝내고 일정대로 개학했다.

더군다나 개학을 감행한 학교도 재정이 넉넉한 소수의 사립고를 제외하고는 비싼 전기료에 에어컨조차 제대로 틀지 못해 등교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H고에 다니는 김동원(가명, 17) 군은 하굣길에 연신 손부채를 부치며 교문을 나섰다. 이 학생은 “학교에서는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난다. 학원이나 독서실이 훨씬 시원하다”며 “우리 학교는 개학연기나 단축수업은 꿈도 못 꾸는데 덥기까지 해 교과서 펼치기도 짜증 난다”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제일 더운 시간에 전력 피크시간이라며 에어컨을 켜주지 않아 졸음도 오고 더위에 지쳐 눈만 감긴다”며 “단축수업하는 친구가 부러워 전학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학부모는 교육당국 홈페이지에 “폭염이 이어지는데 개학을 해도 전력 문제로 시원하게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 교사와 학생 모두 더위에 예민해진 상태에서 제대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며 “학생들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는 상황에 (개학연기, 단축수업 등을) 교장 재량에 맡길 것이 아니라 교육당국의 조치가 필요하다. 대책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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