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찰병원 서동엽 원장 인터뷰

▲ 서동엽 국립경찰병원장. ⓒ뉴스천지

국립경찰병원이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경찰병원은 지난해 4월 서동엽 병원장이 취임한 후 ‘2008년도 의료기관평가’에서 전 영역에 걸쳐 A등급을 받아 우수병원으로 선정되는 등 국립종합병원으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동시에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잦아진 시위로 경찰병원을 찾는 전·의경과 경찰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 용산·쌍용차 사태, 미디어법 통과 등 평화적 시위에서 화염병이 오고가는 과격한 시위에 이르기까지 2009년 한국은 어느 해보다 ‘시위와 진압’으로 대치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다. 시위 진압 도중 상처를 입고 들어오는 경찰들을 보며 현 시국에 대한 서 원장의 생각과 남은 임기 동안 계획한 일들에 대해 들어봤다.

-시위진압을 하다 부상을 입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얼마나 됩니까.

1980년대에는 부상자가 속출했다. 특히 1987년 6.29선언 당시 하루 응급실에 실려 오는 부상자가 천명이 넘었다. 그때에 비하면 최근에는 시위빈도수도 줄고 규모도 축소됐지만 매년 500~600명 정도 시위 진압으로 인한 부상으로 병원을 찾는다. 지난 용산 철거민 사태 때도 특공대 경찰들이 화상을 입어 병원을 찾았고, 올해 일어난 쌍용차 사태 때도 화상을 입은 전의경이 피부이식수술을 받아 현재 입원해 있다.

-20대 전후의 전·의경들이 부상을 입고 병원을 찾는 모습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요.

누구나 다 느낄테지만 안타깝고 애처롭다. 특히 부모들이 굉장히 마음 아파한다. 그래서 우리한테 항의할 때도 있다. 가장 처참한 경우는 화염병으로 인한 화상환자다. 뼈가 부러진 것은 수술을 하거나 기브스를 해서 맞춰주면 되는데 화상은 그렇지가 않다.

과거 화염병으로 화상을 입어 95% 이상 전신화상을 입은 환자들이 있었다. 그 정도면 3도 화상일 때가 많다. 심도가 아주 깊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흉터보다 더 큰 문제는 전신불구가 된다든지, 눈이 안 보인다던지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죽창이나 쇠파이프로 안면을 가격해 실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50~60대도 아니고 20대 전후의 젊은 친구들이 그렇게 되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시위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시위를 하는 분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한다지만 결국은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평생 불구가 되는 부상을 입히는 것이니 자제해야 하고 사회구조적으로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피차 폭력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

폭력시위를 하게 되면 진압을 해야 하고 진압을 할 때는 강압적으로 재빨리 해야 하니 충돌이 생긴다. 경찰과 군은 우리 몸 속에 있는 면역체와 같다. 외부적으로는 군대가, 내부적으로는 경찰이 보호하는 것이다. 물론 선의의 피해자가 있어서도 안 되지만 의사표현 방식은 그것 말고도 많다. 과격한 시위가 아니고서도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들도 있고 뜻을 관철시키는 사람도 있다. 시위를 하더라도 맨주먹으로 하는 평화시위가 돼야 한다.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사실 다친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 보지 못한다.

-경찰병원에서 26년간 의사로 한길을 걸어오셨습니다. 공직에 있으면서 가족들에게 소홀하진 않으셨는지.

원래 남이 선호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보람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 나를 이해해준 가족이 고맙다. 다른 의사 같으면 개업을 한다던지 해서 돈을 많이 벌어 가족을 더 잘 살게 해줬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가정에도 신경을 많이 쓰려고 노력했다. 특히 딸들이 미술을 하는데 한창 공부한다고 바쁠 땐 자다가도 일어나 데리러나갔다. 부녀관계도 가깝다. 유학이나 진로 등 많은 부분을 아빠와 상의한다.

-남은 임기 및 그 이후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재임기간에 직무 대행했던 것까지 합치면 원장으로 일한 지 2년 2개월이 된다. 작년대비 환자수도 늘었고 진료수입도 증가했다. 또 2006년 12월부터 병원행정의 전 분야를 전산화하는 등 병원직원과 합심해서 현재까지 잘 꾸려가고 있다고 본다. 내년에도 내가 계획해 놓은 3가지 안이 있는데 그것까지 해놓고 연임 없이 내년 말까지 하고 내려오려 한다. 그리고 의사로서 누렸던 만큼 사회에 돌려주는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다. 특히 의료인으로 병원을 경영해 온 노하우를 살려 의료지원 NGO단체 같은 곳에서 ‘의료 코디네이터’로 사회 환원 활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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