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전시를 하고 있는 이지양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서 웃어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모델들 거꾸로 매달린 채 촬영
모순된 상황 속 진실함 시각화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이지양 작가의 ‘Stationary Nonstationary’ 전시가 지난달 17일 개막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지양의 이번 중력시리즈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경찰, 소방관, 약사, 우체국 직원, 편의점 직원, 학생 등이 모델로 참여했다. 사진 속의 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어 마치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들은 비장애인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바로 거꾸로 매달린 채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어색한 차렷 자세와 바짝 올라간 어깨, 그리고 부릅뜬 눈 등이 보통 인물사진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다소 불편하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사진들이 전시장을 차지했다.

2010년 개인전에 이어 두 번째로 중력시리즈를 선보이는 이지양 작가는 보이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힘을 거꾸로 매달린 사람을 통해 시각화하고자 했다. 이 작가는 “중력이라는 본질은 그대로인데 장애가 있어 보이는 모순적인 이 상황을 버티고자 한다. 그러면서 그 사람은 자기에게만 집중한다. 이것이 오히려 진실한 모습이 아닐까”라고 설명한다.

이 전시에서는 개인보단 유니폼이 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유니폼을 보고 ‘이 사람이 소방관이다 약사다’라고 정의하지, 개인의 이름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곧 전시에서는 개개인의 정체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순영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이지양 작가에 대해 사회적으로 체계화되고 제도화된 현실을 신뢰하지 않는 예술가라고 말한다. 그는 “인물사진으로서의 불확실함과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중력을 통해 ‘우리가 살아내는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시를 평가했다.

이지양 작가는 지난해 안국약품 갤러리AG 신진작가 공모에 당선돼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 사실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모델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거꾸로 매달아서 사진을 찍어야 하니 허락을 받는다는 게 여간 쉽지가 않아 섭외만 몇 달이 걸렸다.

이 작가는 “아이들은 보통 재미있어 해서 안 내려오려 했고, 어른들은 힘들어하면서도 나름 즐겁게 참여해줬다”며 작품이 나오도록 협조해 준 모델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함을 표했다.

▲ 전시장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 모델로 참여한 경찰관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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