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방지 메뉴얼 강화도 소용없어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던 20대 남성이 수갑을 풀고 달아났다가 11시간 만에 붙잡혔다. 이 같은 사건이 올 들어 4번째 발생했다.

이날 사기 혐의로 붙잡힌 이모(21) 씨는 원미경찰서 피의자 대기실에 있다가 오전 5시 34분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경찰서 밖으로 도주했다.

이모 씨는 경찰서를 달아나기 전 왼쪽 손목에 수갑을 찬 채 대기 중이였다. 이모 씨가 찬 수갑 한쪽은 대기실 철제 의자에 채워진 상태였고 이모 씨는 수갑에서 손목을 뺀 뒤 도주 했다.

이모 씨가 도주할 당시 대기실에는 이모 씨 외 주취자 2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형사계 사무실 내 직원도 4명이나 있었지만 이모 씨의 도주를 목격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경찰은 이모 씨가 도주한 후 15분 뒤에야 사라진 사실을 알았고 전 직원을 비상소집했다.

경찰은 이모 씨의 도주 이후 인근 부천 오전과 소사경찰서 및 서울지방경찰청과 인천지방경찰청에 공조 수사를 요청했고 대중교통 승강장과 지하철역 주변을 탐문 수사했다.

경찰은 14일 오후 4시 15분께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의 한 모텔에서 투숙 중이던 이모 씨를 검거했다.

붙잡힌 이모 씨는 “지금 감옥에 갔다 오면 다시 돌아갈 곳이 없어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며 도주 당시 심경을 밝혔다.

도주한 이모 씨가 검거됐지만 범인이 사라진 지 15분이나 지나서야 도주를 인지한 점과 경찰이 당시 CCTV를 공개하지 않는 점 등을 미뤄 근무태만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6일 서울종암경찰서 장위지구대에서는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40대 피의자가 순찰차에서 수갑을 강제로 풀고 달아났다.

또 지난 6월 14일에는 탈주범 이대우가 전주지검 남원지청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수갑을 찬 채 달아나 26일간 도주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수갑을 찬 채 도주한 탈주범 이대우 사건 이후로 도주 방지 매뉴얼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한편 인천지방경찰청은 당직 경찰관들의 근무 태도를 조사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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