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이일주 교수

지난 23일에는 서울의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2009년 코리아 오픈 탁구 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이날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여자복식에서 우승하였고, 나머지 종목의 우승은 중국, 일본, 싱가폴에 내주었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큰 인기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확한 동호인 수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탁구를 생활화 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듯 결승전 경기는 TV로 생중계 되었다.

여자복식의 결승전에서 우리나라의 김경아·박미영선수가 보여준 환상적인 경기운영으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활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요즈음 국회, 정당, 기업 할 것 없이 사회 전반에서 오로지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세태를 보고 있던 중에, 이 두 선수는 부드럽게 막아내는 수비형 탁구를 구사하여 상대 선수의 강력한 공격을 이기고 우승했기 때문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보통 탁구는 다양한 코스로 강하게 쳐서 단번에 점수를 내면 실력이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이는 탁구를 잘 모르는 발상이다. 일상적으로 운동 삼아 하는 탁구 속에서 인간 생활의 중요한 원리를 발견하고는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기로 한다. 다른 운동 종목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탁구는 무엇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탁구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자세나 라켓을 잡는 방법, 경기 규칙 등도 기본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언제나 상대가 있으므로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탁구의 기본은 처음에 제대로 습득되지 않으면 흐트러진 자세나 매너를 고치기 어려운데,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과도 같이 인간 생활의 기본 형성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밖에 탁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고개를 숙일수록 잘 보인다(교만은 금물)’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이다(감성적인 인간관계)’ ‘힘 빼는데 3년 걸린다(무리하지 말 것)’ ‘운 좋게 얻어지는 점수는 없다(모든 성과는 노력 끝에 얻어지는 것)’ ‘절대로 다른 사람이 대신 쳐 줄 수 없다(자립 의지)’ ‘강약을 조절하라(추진력과 자기 억제력의 조화)’는 상식적인 교훈에서부터 ‘랠리를 길게 하라(인간관계)’ ‘탁구는 손이 아닌 몸으로 치는 것(지·정·기의 조화)’ ‘지쳤을 때는 숨고르기를 하라(성찰)’ ‘잘될 때까지 연습하라(성취의욕과 자신감)’ 등 고차적인 교훈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하는 많은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생활원리는 탁구가 아닌 다른 스포츠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그렇기 때문에 큰 지도자가 되려면 어려서부터 생활스포츠 한두 종목 정도는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요즈음 어린 자녀들에게 오로지 학과 공부만 열심히 하도록 요구하는 젊은 부모들도 아이와 함께 탁구 라켓을 한번 잡아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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