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학 한전 26년 근무

 
블랙아웃(Black-Out)! 전국동시 일제 정전(停電)을 일컫는 말이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무더위 탓에 뉴스에서는 연일 블랙아웃 사태를 경고하며 에어컨 사용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2011년 9월 15일 블랙아웃 직전까지 예비전력이 떨어지자 한전이 갑작스럽게 순환단전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던 적이 있다. 이후 국민들에게 블랙아웃의 공포가 인식된 터라 관공서를 중심으로 실내 온도를 통제하는 일에 모두가 별 불평 없이 동참하는 분위기다.

현재 한전이 추산하는 블랙아웃 이후 전국 재송전이 이루어지기까지 예상 시간은 5~7일 정도다. 이것도 모든 매뉴얼이 시계톱니바퀴 돌아가듯 착착 착오 없이 진행되었을 경우다. 대도시에서 블랙아웃이 되면 우선 수돗물이 끊기고 지하철의 운행이 중단됨은 물론 지하터널 내에서의 상황은 글로 표현하기가 부적합하여 피해 가거니와, 배수지 펌프장의 기능마비로 저지대의 침수와 첨단빌딩들의 지하실이 침수되고, 대부분의 주유소 역시 지하탱크에 채워진 기름을 퍼 올릴 수가 없어 자동차의 운행도 불가능해진다.

수십 층의 아파트를 걸어서 다닌다고 불평하는 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한가한 사람의 투정이다. 당신의 첨단아파트에는 비상발전기가 있어 아무 걱정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발전기는 말 그대로 비상발전기다.

한전의 전기와 같은 상시발전기가 아님을 깨닫기를 충고한다. 물과 전기가 끊긴 도시는 바로 죽음의 도시다. 그러면 우리는 어찌해야 되는가? 전력위기는 단기간에 치유가 안 되는 병이다. 절대발전량이 부족한 것은 적어도 5~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나고 그 사이에 발전소 건설에 모든 힘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극복 가능하다. 당장 이를 극복하는 것은 하느님도 불가능하다.

모든 국민이 초절전을 생활화하고, 특히 전력에너지를 물 쓰듯 하는 산업체들의 뼈를 깎는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저소비 구조로의 변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2011년 9월 15일 당시 전국적으로 돌아가면서 강제단전조치를 단행했던 것처럼 순환단전을 제도화해, 요일별로 지정휴무나 지정단전조치를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도 필요하다. 한전에 근무한 필자의 경험상 이것이 블랙아웃을 겪는 것보다 천배 만 배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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