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계중학교 김종현 교장이 학생들이 작성한 인생명함을 손으로 가리키며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화계중학교 김종현 교장 인터뷰
‘사제동행 국토순례’ 등 체험 통해 역사관 심어줘
전교생 ‘인생명함’ 작성, 꿈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중학교는 학생들의 꿈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장소다. 학업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체험활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배우게 된다. 중학교는 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는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좋은 학교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학교장의 마인드다. 지도자가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에 따라 학교의 전체적인 방향과 분위기가 좌지우지된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화계중학교는 역사와 문화, 교육을 중시한다는 소문이 세간에 퍼지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김종현(60, 남) 교장의 역할이 컸다.

화계중학교는 지난 1971년 3월 3일 수유여자중학교로 개교해 2002년 3월 1일 화계중학교(남녀공학)로 교명을 변경한 이래 40회에 걸쳐 2만 8322명의 인재를 배출한 역사와 전통이 빛나는 학교다.

지난달 18일 만난 김 교장은 지난해 3월 이곳 중학교에 제12대 교장으로 부임한 후 쉴 새 없이 학교 발전을 위해 힘썼다. 특히 그는 학생들의 지성·인성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뒀다.

‘창의적 체험활동’ ‘통일안보체험교육’ ‘사제동행 국토순례’ ‘6.25참전 영웅과 함께하는 세대 공감 친구데이’ ‘항공기 사고로 숨진 중국 여학생 추모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실시해 학생들에게 역사관과 교훈을 일깨워줬다.

김 교장은 “학창시절부터 소양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들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시킬지 고민해보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실 김 교장이 처음 화계중학교에 부임했을 때 느꼈던 것은 ‘나는 해도 안 돼’라는 패배주의(敗北主義)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김 교장은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오면 교육과정이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에 공부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며 “또한 가정이나 학교생활 등 복합적인 부분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바꾸고자 김 교장이 선택한 것은 바로 ‘인생명함’ 작성이다. 전교생이 작성한 인생명함에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장래희망이 적혀 있다. 이는 아이들이 늘 꿈과 희망을 가지도록 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김 교장은 인생명함을 학교장, 학부모, 담임선생님, 본인 등이 소지할 수 있도록 총 4개를 만들도록 했다. 실제로 교장실 한쪽 벽면에는 전교생이 직접 작성한 인생명함이 전시돼 있다. 김 교장은 학생들의 꿈이 담긴 인생명함이 자신의 ‘보물 1호’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에 그는 매일 아침 출근 후 인생명함을 꼼꼼히 살핀다. “아이들의 미래는 곧 저의 미래입니다. 저는 인생명함을 보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욱 좋은 환경, 더욱 알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늘 고민합니다.”

또한 김 교장은 매일 아침 7시 30분 학교 정문에 나가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교장선생님 안녕하세요.” “그래, 잘 있었느냐, 어서와라.” 이 같은 모습은 주민들에게도 익숙한 풍경이 된 듯하다.특히 김 교장은 학생들에게 ‘감수미안예’를 가르치고 있다. ‘감수미안예’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예, 알겠습니다’의 줄임말이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감수미안예’를 겸연쩍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인사를 잘 합니다. 인사는 예절의 기본입니다. 아이들은 인사를 통해 웃어른을 공경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렇다보니 학교를 찾는 방문객은 늘 학생들에게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간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굉장히 인사를 잘 한다’라는 말을 주위에서 자주 듣는다”라며 “아이들의 표정까지 밝아 학교 분위기가 매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장은 최근 ‘우리는 에너지 수호천사단’이라는 문구를 삽입해 손수건을 제작해 전교생과 교직원들에게 전달했다.

연두색의 손수건에는 ‘千年(천년)을 빛낼 화계인의 약속 10가지’가 적혀 있다. ‘빈 교실 전등이 꺼졌는지 확인해요’ ‘수도꼭지가 잠겨 있는지 확인해요’ ‘급식은 적당히 덜어서 먹고 남기지 않아요’ 등의 문구도 적혀있다. 귀여운 그림까지 삽입돼 있어 학생들이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어릴 때의 습관이 80세까지 이어집니다. 학창시절 어떤 습관을 가지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10가지 약속은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쉽게 지킬 수 있는 것들입니다.”

또한 김 교장은 학생들이 항상 볼 수 있도록 현수막을 제작해 본관 앞과 정문 등에 걸어놓는다.

이날 기자가 본 현수막에는 ‘꿈을 키우고 재능을 꽃피우는 방과후 학교’ ‘7·8월 전기 절약! 대한민국을 뛰게 합니다’ ‘소중한 에너지 아껴쓰면 시너지 3고(걷고, 끄고, 뽑고) 생활화’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다.

김 교장은 “현수막을 걸 때는 의미 없이 거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가만히 서서 읽기만 해도 긍정적인 힘이 생기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 교장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들이 월·화요일 아침마다 책을 읽고 있습니다. 책은 아이들의 지식을 넓혀줄 뿐 아니라 언어 구사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2학기에는 독서 축제를 하고 작가와의 만남, 독후감 대회 등을 실시하려 합니다. 저는 학교장으로서 영원히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천년을 빛낼 화계인, 세계 속에 우뚝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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