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종 전법회관에서 열린 한국원폭피해자협회의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박영표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들은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1년 원폭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와 협의·중재를 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한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한국 정부는 헌재 결정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면서 “원폭피해자 79명은 한국 정부가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원고 1인당 10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원인 알 수 없이 암 걸려… 원폭 후유증”
한인원폭피해자 국내에만 1만여 명 넘어
위헌 판정 있었음에도 2년 넘게 움직임 없어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원인도 알 수 없이 전립선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어요. 의사와 상담하면서 원폭피해 때문에 생긴 병이란 걸 알았죠. 한인원폭피해자는 아직도 후유증에 시달리는데 정부 당국은 문제 해결을 방치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의 한국인 피해자 모임인 ‘한국원폭피해자협회’가 12일 서울중앙지법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소송을 제기했다.

협회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2011년 한국정부가 한일청구권 협정 제3조에 따른 일본정부와의 분쟁 해결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었음에도 2년이 넘도록 분쟁을 해결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한인원폭피해자 2500여 명은 앞서 지난 2006년 한국정부가 일본과의 분쟁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헌법소원을 냈고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한인원폭피해자 1세대들이 직접 해결 촉구에 나선 것이다.

박영표(77)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장은 이번 소송과 함께 국회에 계류 중인 원폭피해자 진상조사 특별법에 대해서도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지난 17대, 18대 국회에 ‘원폭피해자 진상 조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발의했지만 정부의 무성의한 태도로 통과되지 않았다”라며 정부의 안일한 원폭피해자 지원 및 대책을 지적했다. 또 “심지어 19대 국회에 발의한 법안엔 예산까지 대폭 줄였지만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라며 조속한 통과를 호소했다.

원폭피해자들의 다양한 후유증은 원폭 1세대와 2, 3대까지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1세대인 박 회장은 평소 혈압이 높고 기후변화에 따라 열이 많이 오르는 등의 질병을 앓았다. 또 근래에는 원인도 알 수 없이 전립선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사도 박 회장 병의 원인을 못 찾다가 원폭피해자임을 알고 나서야 방사선에 의한 질병이라고 진단했다.

박 회장은 9세 때 부모․다섯 남매와 함께 일본에 거주했다. 그는 “어머니는 소풍 가기 위해 부엌에서 도시락을 싸고 계셨고 나와 형제들은 방안에 있었다. 그런데 ‘쿵’ 소리가 나더니 하늘이 온통 검게 변했고 우리 모두 밖으로 도망갔다. 처음엔 지진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원자폭탄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박 회장처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원폭피해자 1세대는 약 2620명이다. 이들은 끈질긴 투쟁 끝에 일본정부한테서 원호수당을 받게 됐다. 하지만 2, 3세대는 전혀 지원이 없다.

현재 원폭피해자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약 1만여 명이 넘게 대한민국국민으로 살고 있다고 밝힌 박 회장은 한국과 일본정부가 지속적으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괄한다면 미국을 상대로 책임 소재를 물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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