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만해축전의 하이라이트인 제17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개최됐다. 만해대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페튤라 귤렌( 무스타파 이씰 대리수상), WFB(세계불교도우의회 팰럽 타이어리 사무총장),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김희옥 동국대 총장, 다공 따야(조카 띰먀산리 대리수상), 앱더라힘 엘 알람(모로코 작가), 안숙선(국악인), 잉고 슐체(독일 소설가), 콘스탄틴 케드로프(러시아 시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3만해축전, 일면스님·WFB 등 9인 만해대상 영예
“신념·종교 넘어 이 세상의‘ 평화’ 위해 손을 잡아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평생 나라의 광복과 겨레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친 만해 한용운스님(1879~1944)의 정신을 기리는 문화축제의 향연이 펼쳐졌다.

‘선린·상조’를 내걸고 만해사상실천선양회와 동국대학교 등이 공동주최한 ‘2013만해축전’은 지난 10일 시작으로 13일까지 3박 4일간 인제군, 백담사 만해마을, 하늘내린센터 일원에서 개최됐다.

만해축전의 하이라이트인 제17회 만해대상 시상식은 11일 오후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자유·평화·생명의 정신을 실천한 만해스님의 뜻과 사상을 기리는 자리가 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역대 최다인 9명이 만해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평화부문에 터키의 학자이자 평화운동가 페툴라 귤렌(72), 김성수(83) 대한성공회 주교, 세계불교도우의회(WFB, 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실천부문에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황일면(66)스님, 모로코 소설가 앱더라힘 엘 알람(50), 미얀마 원로시인 겸 소설가 다공 따야(94), 문예부문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안숙선(64) 명창, 독일소설가 잉고 슐체(51), 러시아시인 콘스탄틴 케드로프(71)가 그 영광의 이름을 올렸다.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총재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법어에서 “만해스님이 그토록 찾고자 했던 님은 부처이기도 하고 잃어버린 조국인 동시에 빼앗긴 자유였으며 많은 사람들의 행복이었다”며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온갖 고초를 감내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확산시켜온 수상자들의 활동은 사랑과 생명사상, 평화사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만해스님과 일맥상통하다”고 강조했다.

자승스님은 이어 “수상자들의 국적과 종교와 분야는 다르지만 이분들 모두가 자신의 ‘님’을 찾아 일생을 헌신한 이 시대의 만해이며 새로운 영웅”이라며 “만해가 밝힌 희망의 등불이 시대와 인류를 이끌어가는 정신적 지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대회사에서 “인종, 종교, 국경을 초월해 전 세계인이 마음을 열고 서로 돕는 이웃이 되는 것은 인류최고의 가치”라며 이 같은 뜻을 품고 살아온 만해대상 수상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 제17회 만해대상 시상식에서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하고 있는 팰럽 타이어리(왼쪽) WFB 사무총장. ⓒ천지일보(뉴스천지)

◆만해대상 9인, 지구촌에 자유·평등·평화의 꽃을 피우다
평화대상 수상자인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는 1974년 국내 첫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인 ‘성 베드로학교’ 교장부임을 시작으로 외롭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매진해왔다. 은퇴 후에도 인천 강화에 정신지체장애인 재활시설인 ‘우리마을’에서 ‘촌장’으로 생활하는 등 평생 우리사회에 평화의 씨앗을 뿌려온 성직자로 알려져 있다. 김성수 주교는 “인류의 삶의 현장 구석구석에서 평등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데 모두가 참여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터키 교육자이자 평화운동가인 페툴라귤렌은 이슬람교 사상가로서 과학과 종교 간 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바티칸과 유대교 단체와의 대화를 주도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평화대상을 수상했다. 평화대상 공동수상자 WFB(세계불교도우의회, 팬 와나메티 회장)는 1950년 창설된 세계불교도 유일의 연대기구로 2년마다 세계 각국을 순회하며 26차에 걸친 세계대회를 개최, 불교도의 연대와 단결을 통한 불교적 평화운동을 주도해왔다.

팬 와나메티 회장을 대신해 방한한 팰럽 타이어리 WFB 사무총장은 “세계인 모두가 신념과 종교와 관계없이 서로서로 신뢰와 애정, 친절로써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협력해야 한다”며 “이 세상에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종교, 인종을 넘어) 손을 잡고 노력하자”는 말로 감사의 뜻을 대신했다.

실천대상 수상자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스님은 불교 등 종교계에 생소하던 장기이식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와 인식 확산을 주도해온 공헌을 인정받았다. 공동수상자 앱더라힘 엘 알람은 모로코작가연합수장으로 다수의 문화․문학 관련 대화포럼을 개최해온 모로코의 대표 문인이자 학자다. 공동수상자 다공 따야는 미얀마에서 국민적 추앙을 받고 있는 혁명적 원로시인 겸 소설가다.

앱더라힘 엘 알람은 “한국에서 모로코 작가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이 이번이 최초다. 한국이 조국 모로코에게 보내는 숭고한 손짓이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로코 국내외 작가 회원들과 문학적 교류를 하고 있다. 아랍권, 한국 등 타 국가들과의 문화·평화·관용 등의 이슈를 놓고 대화를 통해 세계화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더 노력해 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문예대상 수상자인 안숙선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국악계의 프리마돈나’라는 수식어로 불리며 국악을 국내외에 알리는 데 이바지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공동수상자 콘스탄틴 케도로프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철학자로 ‘시인들’이라는 시전문지를 창간해 현재까지 발행편집자로 활동해 오고 있다. 잉고 슐체는 동독과 서독생활을 바탕으로 독일통일 과정과 통일 후 발생한 인간․사회문제를 진단한 독일 소설가다.

만해대상은 평생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고 독립을 위해 헌신한 만해 한용운스님의 사상과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자 만해사상신천선양회가 제정하고 만해마을이 수여하는 상이다. 지난 1997년 제1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99명이 만해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만해축전, 풍성하고 다양한 문화축제의 향연
올해 만해축전은 만해학회와 한국시인협회 등 총 40여 개 불교, 문학, 시민단체들이 다채로운 문화예술행사를 주관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이 기간 대한불교청년회 주관으로 전국의 청년불자 1000여 명이 동참한 ‘제32차 전국불교청년대회’가 열려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이와 함께 만해스님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년 동안 추진한 편찬사업 ‘한국대표명시선100’의 완간을 기념해 개최한 ‘한국시100년대회’도 관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시인 200여 명이 참석해 자작시와 작고한 시인들의 명시를 낭송하며 문화축제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여기에 지역민과 하나 되는 축제를 위해 축구대회는 물론 게이트볼 대회, 야구대회, 고교백일장, 다문화가족 예술제, 산야초 효소축제 등 대동문화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져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했다.

2013 만해축전은 인종과 종교, 국경을 넘어 전 세계인이 마음을 열고 하나 되는 세상을 염원한 만해의 사상이 깃든 축제가 됐다.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고, 평화는 인류의 행복’이라는 만해스님의 뜻이 이 시대의 희망의 등불을 밝히길 기대해본다.

한편 만해 한용운스님은 독립운동가 겸 승려, 시인이다. 일제시대 때 시집 <님의 침묵>을 출판해 저항문학에 앞장섰고,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해 독립과 개혁에 힘썼다.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 체포돼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1940년 창씨개명 반대운동, 1943년 조선인 학병출정 반대운동 등을 펴기도 했다. 만해스님은 1944년 6월 29일 그토록 그리던 조국광복과 민족독립을 눈앞에 두고 입적(죽음)했다. 장례는 전통 불교의식에 따라 화장했으며, 유해는 망우리 묘지에 안장됐다. 정부는 스님의 공훈을 기리어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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