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정기총회 한국준비위원회가 부산총회 80여 일을 앞두고 예산, 사업운영 등의 문제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출처: WCC 제10차 총회 홈페이지)

김영주 총무 “구체적인 사업 논의는 집행위 주도”
80여일 앞둔 KHC, 국내서 해결할 문제도 산더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세계교회 지도자들이 한국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WCC 부산총회를 주관하는 한국준비위원회(KHC)의 손길이 바빠졌다.

하지만 한국교회 보수 진영이 연일 부산총회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데다 WCC 예산과 사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갈 길 바쁜 KHC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영주 총무)의 역할도 모호한 상황에 놓이며 집행부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WCC 한국준비위 확대집행위원회가 열렸다. 회원교단 총무와 한국준비위 임원 및 실무자, 교단 관계자 등 40여 명이 모인 이날 회의는 KHC 상임위원회(위원장 김삼환 목사)와 집행위원회(위원장 김영주 총무)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몇 개월 앞둔 세계 최대 기독교 행사인 WCC 부산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그러나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있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WCC 한국준비위원회(KHC) 확대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집행위원장직을 사임한 NCCK 총무 김영주 목사가 복귀한 뒤 처음 열린 자리라 관심을 모았다.

◆부산총회 협력 다짐했지만… 양측 입장차 뚜렷
총회준비대회장 박종화 목사는 이를 의식한 듯 KHC 상임위와 집행위가 서로 뜻을 같이해 총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했다. 박 목사는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비가 꽤 많이 왔다. 촉촉한 땅에 나무가 잘 자란다”며 “WCC 부산총회도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한다. 협력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집행위원장 김영주 총무는 “부산총회 준비에 우리가 모두 주인의식을 가지고 동참하자. 나도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협력의사를 내비쳤다.

회의가 진행되며 양측의 주도권 싸움이 시작됐다. 김 총무는 “앞으로 매주 수요일 아침에 집행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다.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에 하자”는 뜻을 밝혀 부산총회 준비가 집행위를 중심으로 논의돼 가야 한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배태진 목사도 “KHC 상임위가 대부분의 안건을 내왔다. 그것도 몇몇 분이 합의구조 없이 결정한 만큼 바람직한 운영을 위해 이 같은 구조에서 탈피하자”면서 김 총무에게 힘을 실었다.

배 총무는 “부산총회 큰 방향이나 지침은 상임위가 맡아 가고, 총회 준비의 구체적 사업과 예산은 집행위가 협의를 통해 추진돼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KHC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상임위 안에서 큰 틀을 잡아온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한 회원도 “회원교단들이 (부산총회 준비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다. 계획도 전혀 잡혀 있지 않다”면서 논의 없이 진행한 상임위의 일방적인 일 처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KHC 상임위와의 충돌을 의식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종훈 감독은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다. KHC(상임위)가 그동안 추진해 온 것은 그대로 진행하고 교단 총무들이 제안한 의견을 포함해서 총회준비가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상임위 회원인 김 감독이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새로운 의견을 제안한 것이다.

이에 김 총무는 “중요한 사안은 상임위를 열어서 논의하고, 사업은 집행위가 논의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가 더 이상은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KHC 핵심 기관인 상임위와 집행위가 부산총회 사업을 둘러싼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가운데 양측의 입장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총회 예산·반대여론 난제 해법찾기 쉽지 않아
이뿐만이 아니라 예산 문제와 보수 진영 반대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골칫거리다. 수십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한국교회는 교단분담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KHC가 회원교단에 배정한 분담금이 많아 교단들은 해결 여력이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다음 집행위원회 회의에서는 교단분담금 문제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수입예산이 부족해 KHC가 추진한 ‘빛의 순례’ 프로그램도 조기에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WCC를 바라보는 한국교회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 간의 신학적 차이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부산총회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보수교단과 연대하며 총회 철회를 요구하는 총궐기 대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이들은 오는 10월 초사회 보수단체와도 연대해 부산총회 반대 여론을 최대한 확산하겠다고 밝혀 진보교단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총회가 반쪽짜리 행사가 될 것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WCC부산총회는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대주제로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에서 열린다. ‘생명 정의 평화’ 등의 주제로 다양한 회의를 진행한다. 국내외 교회지도자들이 한반도 통일을 기원하는 행사도 연다.

국빈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 등 종교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정치, 사회, 경제 분야 거물급 지도자들도 대거 방문한다. 최대 1만여 명이 부산총회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독교 최대 행사인 WCC부산총회를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KHC 상임위와 집행위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 한국교회 안팎의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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