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냉면보다 겨울냉면 맛이 더욱 일품”

▲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1936년 6월 ‘조선중앙일보’에서는 ‘냉면의 고향은 평양’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보도되었을 정도로 냉면은 주로 북부지방에서 발달했고 남부지방에는 밀가루국수가 많았다.

인천에서는 1893년 이미 평양냉면집이 생겨나고, 서울에도 1920년대 낙원동의 평양냉면집과 부벽부, 광교와 수표교 사이의 백양루, 돈의동의 동양루 등 냉면집이 자리 잡았다.

1917년에 쓰인 방신영 선생의 <조선요리제법>에는 냉면을 여름냉면과 겨울냉면으로 구분해 기록하고 있다.

“여름냉면은 두 가지가 있으니 가게에서 파는 냉면은 고깃국이나 닭국을 식힌 후 금방 내린 국수를 말고 한가운데에 얼음 한 덩이를 넣고 국수 위에다가 제육과 수육과 전유어와 배추김치와 배와 대추와 복숭아와 능금과 실백과 계란을 삶아 둥글게 썬 것과 알고명(달걀 고명)과 석이 채친 것, 실고추와 설탕과 겨자와 초를 쳐서 먹으나 여러 가지 넣는 것이 좋지 못하니 잡고명은 넣지 말고 김치와 배와 제육만 넣는 것이 좋다. 집에서 하는 냉면은 장국이나 깨국이나 콩국에다가 국수를 말고 오이를 채쳐서 소금에 절였다가 기름에 볶아 얹고 알고명과 석이버섯 채쳐 얹고 고기를 볶다가 잘게 썰어 얹고 실백(잣)을 뿌리고 얼음 넣어 먹는다.

 

겨울냉면은 좋은 동치미국물을 떠내어 놓고 국수를 더운물에 잠깐 잠갔다가 건져 물을 빼 대접에 담고 김치 무와 배를 어슷비슷하게 썰고 제육을 굵직하게 썰어 국수 위에 얹고 김칫국물을 부어 먹되 식성에 따라서 꿀도 치고 알고명과 표고버섯을 기름에 볶아 채 쳐 넣고 배 채를 친 것, 김치 흰 것을 썰어 넣기도 하며 실백도 넣고 고춧가루 뿌려 먹는다. 그러나 어떠한 여러 가지 재료에도 불구하고 냉면에 김치 무와 배와 제육과 고춧가루 이 네 가지를 넣는 것 외에는 더 맛이 나는 것이 없다.”

이와 같이 여름냉면과 겨울냉면을 소개하고 있는데 여름냉면은 겨울냉면의 맛에 비길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작가 김소저가 ‘사시명물 평양냉면’이란 글을 통해 “함박눈이 더벅더벅 내리는 날, 살얼음이 뜬 김칫국물에다 냉면 풀어먹고 벌벌 떨며 온돌방 아랫목으로 가는 맛이 어떻소”라며 겨울철 평양냉면을 찬미한 것에서도 그 시원한 맛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남쪽에서는 겨울냉면보다 여름냉면이 더 식도락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가 김량운은 1926년 ‘동광’(제8호)에 소설 ‘냉면’을 발표했다.

소설에 “세계 경제의 침체로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신문사 기자인 순호는 여름이 극성을 부리는 8월 줄어든 월급봉투를 들고 집을 향하다 전차가 종로 근처에 이르자 갑자기 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돼지편육과 채를 썬 배쪽, 그리고 노란 겨자를 위에 얹은 냉면 한 그릇을 갑자기 생각하고는 얼마나 급했는지 차장에게 ‘정차’란 말 대신 ‘냉면’이라고 외쳤다”라고 썼다.

남한에는 6·25가 발생하면서 이북에서 내려온 피란민에 의해 냉면 붐이 일었다. 서울 오장동 일대, 강원도, 부산 지역에 이북 피란민들이 크고 작은 냉면집을 열면서 냉면 열풍이 불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