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선아리랑제위원회 김우영 사무국장이 아라리촌에서 ‘2013정선아리랑제’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선아리랑제위원회 김우영 사무국장

아리랑, 민족 정서 반영
지난해 12월 유네스코 등재
김옥심 명창, 대중화 이끌어

[천지일보=이경숙 기자]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정선아리랑의 가삿말이다. 잔잔한 가락 속에는 소박함이 묻어 있으며 여인의 한숨 같은 서글픔이 배어있다. 듣는 이들은 구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노랫가락에 어느덧 눈물을 훔칠지 모른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반영하고 있는 아리랑은 지난해 12월 판소리, 강릉단오제 등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15번째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아리랑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까지 38년째 아리랑의 맥을 잇고 발전시켜온 축제가 있다. 바로 정선아리랑제다. 강원도 정선군 아라리촌에서 정선아리랑제위원회 김우영(47) 사무국장을 만나 정선아리랑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선아리랑제가 지니고 있는 의미는.
수천 년을 이어 내려왔을지 모를 정선아리랑을 보존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축제형태로 갖추어 38년째 이어온 것이 오늘날의 정선아리랑제다. 아리랑제가 문화·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하자면 아리랑을 지키기 위한 보존회가 형성됐다는 것과 아리랑제를 통해 아리랑극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어린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아리랑 한 소절씩은 다 부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웃음).

또한 정선아리랑의 학자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아리랑제 덕분이다. 이렇게 아리랑제를 통해 구축된 자료들은 약 80% 정도가 유네스코 등재 페이퍼를 완성하는 데 포함돼 가장 명료한 자료가 될 수 있었다.

이뿐 아니라 국립아리랑예술단도 아리랑제가 발판이 돼 만들어져 현재는 1년에 300여 일 정도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렇듯 정선아리랑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꾸준히 그 전통을 이어왔기에 세계적으로 아리랑을 주목하게 만드는 하나의 뿌리가 됐으며,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 세계인에게 아리랑을 소개한다면.
정선아리랑은 한민족 아리랑의 시원(始原)이라고 말하고 싶다. 흑인연가로부터 재즈나 리듬 앤드 블루스 등의 음악이 만들어지게 됐으며, 대중들로부터 사랑받는 음악장르로 자리잡게 됐다. 정선아리랑도 흑인연가와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들에게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본조 아리랑(경기아리랑)을 탄생시켰다.

또한 1930~1950년대 김옥심 명창이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며 아리랑을 처음 대중화시켰던 곡이 바로 정선아리랑이었다. 이렇게 정선아리랑은 한반도에서 가장 인기를 얻으며 당시의 대중가요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 시대의 K-pop은 단연 아리랑이었을 것이다.

또 흑인연가는 노예들의 한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아리랑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또한 계급이 존재했던 나라였기에 종살이를 했던 서민들의 삶과 애환, 자유와 평등을 바라는 염원이 아리랑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시 말해 불평등한 우리네 삶을 극복하고 우리 자신들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리랑이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이 스스로 고비를 이겨내 보자는 것이다.

- 2013정선아리랑제의 관람 포인트는.
오는 10월 2~5일 정선읍 아라리공원에서 열리는 2013아리랑제의 주제는 ‘위대한 유산 아리랑의 귀환’이다. 아리랑을 잉태한 곳이 바로 정선이다. 잉태되어 여러곳에서 정착된 아리랑을 다시 어머니 품으로 되돌려서 이곳 정선에서 잔치를 벌인다는 것이 콘셉트이다. 정선아리랑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리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주목할 만한 것은 전통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아리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작업에는 작곡가 신사동 호랭이(이호양) 씨와 제국의 아이들이 적극 동참했다.

이외에도 청소년 창작 가사경연대회, 창작아리랑 노래와 춤 대회 등 각종 경연·경창대회를 통해 청소년에서부터 재외 동포 예능인에 이르기까지 경연을 펼칠 수 있도록 마련했다. 또 가족단위로 아리랑을 배워볼 수 있는 아리랑 상설 체험장도 준비했다.

이번 축제는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계승해 나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아리랑의 현재와 미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 정선아리랑제의 비전과 바람이 있다면.
과거 정선아리랑제가 정선아리랑만을 발전시키고 계승하기 위한 축제였다면, 올해부터는 아리랑제가 대한민국의 모든 아리랑을 발전시키기 위한 문화발전동력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가겠다.

정선아리랑은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조작할 수 없는 문화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담겨 있는 하나의 정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정선아리랑을 함부로 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리랑이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해서 국가가 이러 저러한 정책들을 내세우기보단 자생력을 가지고 스스로 세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 지원은 하되 문화가 훼손되지 않도록 정치적 관점에서의 간섭은 자제하면 좋겠다. 아리랑은 이 세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못 건드린다면 소중한 문화가 왜곡될 수 있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앞으로 아리랑제가 우리 민족의 아리랑을 잘 지겨 나갈 수 있도록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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