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주 예비전력 -103㎾로 최대 고비
기업·기관 하루 4시간 의무 절전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역대 가장 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대형 산업체를 대상으로 한전력 사용량 의무 감축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장마는 7월 말까지 이어져, 7월 한 달 동안은 기온이 낮은 덕분에 안정적인 전력공급 상태가 유지됐다. 7월 말부터 8월 초에 집중된 여름휴가도 전력수요를 줄이는 데 한몫했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7월 27일~8월 2일에 전체 휴가객의 47%가 몰렸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지난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올라감에 따라 사실상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한여름 무더위가 9월 초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중부지방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고 남부지방은 35도까지 오르는 등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때는 기업체 휴가시즌이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력난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여름철 기온이 섭씨 25~30도이면 1도 오를 때마다 70~80만㎾의 전력이 소모된다.

하지만 30도가 넘으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원전 1기 발전량에 상응하는 100만~150만㎾씩 더 쓰게 된다.

문제는 현재 가동이 중단된 원전이 모두 6기에 달한다는 것.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으로 고리 1호기, 신고리1, 2호기, 월성1호기, 신월성 1호기, 한울 4호기 등이 계획예방정비 중이다.

정부는 서둘러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일 정홍원 국무총리는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여름철 전력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최대수요가 7400㎾인 점을 감안할 때, 8월 둘째 주 전력수요는 올여름 최대치인 7870㎾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력공급량은 7767만㎾에 불과하다. 만약 수요관리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예비전력이 -103만㎾까지 떨어지면 국가적인 위기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시행 중인 전력수급 경보 체계에서 예비전력이 100만㎾를 밑돌면 가장 심각한 수준인 ‘심각’이 발령된다. 이때는 강제 순환단전이 실시되는 등 전력 비상상황에 돌입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만약 17기의 원전 중 1~2기만 멈춰도 그대로 블랙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8월 내내 전력수급이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산업부는 2일 최대 480만㎾, 원전 5기가 넘는 규모의 전력을 절약할 고강도 절전대책을 내놨다.

우선 매달 전력을 5000㎾ 이상 사용하는 백화점·마트 등 전력다소비 업체·기관 2600여 곳은 이달 말까지 하루 4시간씩 전력사용량을 평소보다 최대 15%까지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이러한 규제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고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된다.

아울러 산업체 휴가를 분산시키고 공공기관 절전, 실내 냉방온도 제한, 선택형 피크요금제 등의 수요관리와 함께, 오는 11월 준공 예정인 세종열병합발전소의 시운전 출력 등의 공급 대책을 통해 안정적 예비전력 400만㎾선을 유지할 방침이다.

갑자기 수요가 폭증하거나 발전기가 고장 날 경우에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자율 단전을 하는 등 비상조치를 발동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고강도 절전대책에 일부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전력 다소비업체를 대상으로 한 최대 15% 의무 전력감축은 생산활동에 차질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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