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희 화가

▲  김명희 화가가 현제 작업 중인 ‘영웅나무’를 배경으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자연스러움이 좋아 붓으로 물감 뿌리는 드롭핑 작업 시작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키우는 심정으로 한 점 한 점 그려내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계절마다 자연이 갈아입은 색깔들의 그 애잔하거나 싱싱한 아름다움 때문에 견딜 수 없는 날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드롭핑(Dropping) 작업은 내게 일종의 마술과도 같다. 붓끝에서 뿌려지는 물감이 마치 하늘의 형형색색의 별처럼 쏟아지는 마술… 화폭에 뿌려진 물감의 점들이 별자리처럼 모여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을 그릴 때 내 생의 한 때도 빛나는 순간들로 충일해진다.” -김명희 작가 노트 中-

그림을 왜 그리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재미’라고 답할 수 있다는 화가 김명희 씨. 그에게 그림이란 재미이고 즐거움이고 친구다.

김 화가의 작가노트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품 세계는 독특하다. 붓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붓 끝에서 뿌려지는 물감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나무가 자라나는 과정을 예측할 수 없다. 나무가 자라다가 비가 올 수도 바람이 불 수도 눈이 올 수도 있다. 햇빛이 좋으면 가지가 잘 뻗는다. 그렇듯 김 화가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키운다는 심정으로 한 점 한 점을 완성해 나간다. 80% 정도의 드롭핑 작업 후 그 위에 나무는 액세서리로 그려 넣고 드롭핑으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만 붓으로 마무리한다.

▲ 김명희 화가가 드롭핑(Dropping) 작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가 붓이 아닌 드롭핑 작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제 전공은 서양화가 아니라 디자인이었어요. 디자인은 하나의 틀을 놓고 하는 작업이라 정확하게 딱딱 떨어져야 해요. 틀을 맞춰 그리기보다는 자연스러움이 좋아 드롭핑 작업을 시작했어요.”

대학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시작한 그림은 삶의 즐거움이었고 힐링이었다. 그것이 계기가 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개인전을 시작한 것은 한 전시회를 통해서다. 전시회의 감동이 오랜 시간 동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마음의 쉼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개인전을 시작하게 됐다. 그의 전시회에 참석해 받은 감동을 시로 보내주는 사람, 그림으로 표현해서 주는 사람들이 있어 보람이 된단다.

▲ 1.아름다운 순간 -추억 150x70cm acrylic 2009

그가 자연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한 여행에서 시작됐다. 여행의 삭막한 분위기에서 5시간을 달렸을 때쯤 푸른 나무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계획한 듯 일어나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나라가 4계절이 있음에 감사했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 그 이후로 자연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을 보다 가까이서 접하기 위해 등산을 시작했고 갑작스럽게 다리를 다쳐 자연과 함께 할 수 없었던 6개월이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그렇게 자연과 떨어져있으면서 자연이 더욱 그리워졌다는 김 화가.

그는 현재 자신의 전시회를 보고 감동 받은 한 의뢰인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의뢰인은 김 화가의 작품을 보면서 영화 ‘영웅’이 떠올랐다고 한다. 의뢰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말을 들었다.

“영화 ‘영웅’에 나온 호양나무는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쓰러져 천 년을 산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산다는 이 나무를 ‘영웅나무’라고도 부르죠.”

그렇게 영웅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됐고, 그래서 붙은 이름이 ‘영웅나무’다. 김 화가는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한 장면을 수십 번 돌려봤다.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운 순간’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그 모든 것이 자신에게는 아름다운 순간이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기에 작품의 제목은 아름다운 순간이다.

▲ 1.아름다운순간-손짓 100X35cm acrylic 2008

그가 아끼는 그림은 ‘손짓’이라는 작품이다. 손짓은 처음 서양화를 시작했을 때 그린 그림으로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림이 부르는 듯한 느낌, 무엇인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어서다.

어쩌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노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 그림은 놀이이고 즐거움이기에 1시간을 달려 작업실에 가서 음악을 벗 삼아 그림을 그린다.

그는 그림에 사람을 그리지 않는다.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림 속에서 쉬어가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림을 보는 이들이 ‘나무 아래서 쉬고 싶다’ ‘걷고 싶다’ ‘눕고 싶다’ ‘앉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한다는 김 화가. 자신의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편히 쉬었다갔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그 마음이 먼저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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