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의 비극을 고발해온 ‘평화의 소녀상’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공원에 세워졌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진 것과 똑같은 이 소녀상의 실제 모델은 이용수(84) 할머니다. 지난해 여름 소녀상 말뚝 테러가 났을 당시 본지는 이 할머니와 동료들을 만났다. 이 할머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 더는 나가지 않겠다”고 성토했다. 이유인즉 “20년 동안 아픈 몸을 끌고 투쟁했지만 우리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얼마나 무관심한지 당시 사건을 통해 여실히 깨닫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20년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은 세인의 관심 정도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나섰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할머니들의 소망은 소박하다.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피해보상’이다. 사실 위안부 문제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지 못하는 데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이른바 일제 침략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이르는 대일청구권이 1962년 11월 12일 김종필(金鍾泌) 특사와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일본 외상과의 비밀회담에서 합의돼 당시로는 엄청난 금액인 무상 3억 달러와 차관 2억 달러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합의내용에는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일제 침탈에 관해 어떤 부분도 더 이상 한국 정부가 문제 삼지 않고 추가 보상 요구도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명기됐다.

당시 받은 대일청구권의 50%로 지어진 회사가 바로 포스코다. 이 때문에 故 박태준 포스코 회장과 1기들은 ‘포스코는 선조들의 피로 얼룩진 회사’라는 표현을 썼다. 아이러니하게도 2011년 박태준 회장의 사망일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1000번째 수요집회 하루 전이었다.

한때 포스코가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잠시 나왔지만 포스코는 ‘정부가 나서면 돕겠다’며 발을 뺐다. 할머니들을 정말 화나게 하는 것은 일본이 아닌 우리 정부인지도 모른다. 정부는 피해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이후 대의(大義)를 핑계 삼아 피해자들에게 합당한 보상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명분마저 없애버렸다. 위안부 할머니들 대부분은 80세가 넘어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역만리 떨어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의원은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에 소녀상을 건립하도록 도왔다.

우리 정부는 지척에 있는 피해자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가슴 속의 억울함 만이라도 풀어드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그분들의 피와 한이 서린 돈으로 세워진 포스코도 더는 위안부 피해보상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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