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함이 널리 퍼지게 하라’는 이름대로 살아야지요”

▲ 박종선 예절강사(한국전례연구원)·前과천부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과천부시장 퇴직 후 입문… 6개 단체 대표 등 왕성한 활동 중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흔히 예식장에 갈 때 축의금 봉투에 축하금을 넣고 ‘축 결혼(祝 結婚)’이라고 쓴다. 맞게 쓴 것일까. 한자의 뜻을 풀어보니 어딘가 어색하다. 빌(기원할) 축, 맺을 결, 장가갈 혼. 연결해보면 장가를 맺은 것을 기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뜻을 풀고 보니 주인공인 신부가 배제됐고, 이미 예식을 치르는 상황에서 기원한다는 것도 어색하다.

“남녀가 장가가고 시집가는 것이니 장가갈 혼(婚)에 시집갈 인(姻)을 쓰는 것이 맞고, 기원한다는 의미인 축(祝)이 아닌 경사스러울 경(慶)에 하례할 하(賀)를 써서 ‘경하 혼인’이라고 해야 의미가 맞습니다.”

알고 보니 그동안 아무 생각도 없이 남들이 쓰니까 따라 써온 잘못된 글이다. 명쾌한 답을 내려준 이는 다름 아닌 예절강사. 우리 선조들의 예절을 현대화하고 생활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예절전문가가 우리나라에 있다.

이들은 한국전례연구원(원장: 김득중)에서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예절코스를 밟아왔다. 국내 최초로 지난 2010년 예절전문인 과정 1급 자격증을 따내고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종선 예절강사를 만났다. 전 과천부시장이기도 한 전직 공무원은 어느새 예절전문인이 돼 있었다.

그는 퇴직 이후 더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출신 지역인 경기도 광주에서 퇴직 공무원 모임인 행정동우회 광주시 지회장, 경호전문기업 ㈜BRAVE 회장, 재단법인 한실문 이사 겸 자격검정 본부장, 성균관 유도회 광주시 지회장, 민주평통 광주시협회장, 광주시 초등학교운영위원장 등을 맡고 대진대학교 예절강사로 출강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 명예퇴직을 하고 물러난 후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다 그는 한국전례연구원을 알게 됐다. 인터넷을 뒤지던 중 우연히 보게 됐단다. 홈페이지 이곳저곳을 뒤지다 흥미를 느낀 그는 무작정 전화를 했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 그는 다짜고짜 질문을 해댔다.

“거기가 뭐하는 곳이지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나지막한 어르신이다.

“우리나라 전통예절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자 만든 단체이지요.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의 예절이 실추되고 모든 분야의 질서가 무너지는 게 바로 ‘예’를 숭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은 ‘예’의 의미를 ‘자기관리’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예절임을 알려줬다.

박 강사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찾아가도 되냐고 물었고, 어르신은 흔쾌히 오라고 답했다. 한달음에 달려간 한국전례연구원에서 그를 맞은 사람은 전화를 받은 김득중 원장. 김 원장은 박 강사에게 이치를 들어 예절의 중요성을 설명했고, 이것이 바로 박종선 예절강사 예절수업을 받게 된 계기가 됐다.

▲ 박종선 예절강사(한국전례연구원)·前과천부시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선생님이 그러셨지요. 흔히 결혼식(結婚式)이라고 쓰는 단어가 엄격한 의미에서는 틀렸다고 말이에요. 장가가는 뜻만 담고 있는 결혼이 아닌, 시집가고 장가가는 뜻을 다 담는 혼인식(婚姻式)이라고 해야 맞는다는 것이에요. 혹은 혼례(昏禮: 해질녁의 의식)라고 해야 하다는 것이었지요. 듣고 보니 이치에 맞더라는 거지요.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듣고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해질녘에 예식을 치르는 것이 바로 혼인예식이라고 말했다. 왜 우리선조들은 해질녘에 혼인예식을 치렀을까. 혼인예식의 절정은 ‘합방’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장모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원앙금침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 합궁을 하는 것을 혼인예식의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 봤기에 저녁에 치를 수밖에 없었다.

박 강사는 이름에 대한 의미도 재조명했다.

“우리 선조들은 이름을 지어주는 의식으로 작명례를 치렀죠. 이름은 무겁고 명예로운 것이라고 생각해 함부로 부를 수 없도록 자와 호를 따로 지어서 부르기도 했어요. 작명례는 아이가 태어나면 어른이 이름을 지어주고 이름의 뜻을 풀어준 다음 부모에게 이름대로 살 수 있도록 잘 가르치라고 책임의식을 부여했지요.”

그는 자신의 이름 ‘종선(鍾善)’의 뜻인 ‘착함이 널리 퍼지게 하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보수 개신교인들이 반대하는 제의례에 대해서도 한마디 얹었다. 그는 “개신교인들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사를 지내는 것을 무척 반대한다”며 “말하고 싶은 것은 제례는 종교의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부모가 없이 내가 있을 수가 있는가. 제례는 부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효도를 계속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사람이 살면서 치르게 되는 6가지 중요한 의례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는 ▲작명례: 이름을 지어주는 의식 ▲성년례: 성년이 됐음을 인정해주고 성인이 지켜야 하는 예절을 가르치는 의식 ▲혼례: 혼인예식 ▲수연례: 부모의 생일을 기념하는 예식 ▲상례: 상을 당했을 때 지내는 의식 ▲제의례이다.

특히 수연례는 부모가 60이 됐을 때부터 지키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60세 육순, 61세 환갑, 62세 진갑, 66세 미(美)수, 70세 칠순, 77세 희수, 80 팔순, 88세 미(米)수, 90세 구순, 99세 백(白)수, 100세 기(紀)수를 지킨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김득중 원장이 집필한 실천가정의례집이 출처다. 박 강사는 김 원장이 가정마다 지킬 수 있는 예절을 모아 실천가정의례집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석하기 어렵고 보기 힘든 의례집을 그림을 넣어 순서대로 설명하며 현대화해 오늘날 가정에서도 손쉽게 적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김 원장의 뜻에 따라 박 강사는 올해 의미 있는 행사도 치러냈다. 경기도 광주시의 지체장애 청소년을 모아 성년례를 진행해줬다. 그는 “아이들의 부모님이 너무나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의미 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싶다”고 전했다.

약력
- 전 과천부시장
- 민주평통 광주시협회장
- ㈜BRAVE(경호전문기업) 회장
- 재) 한실문 이사 겸 자격검정 본부장
- 대진대학교 강사(예절전문인 1급)
- 지방행정동우회 광주시 지부장
- 성균관 유도회 광주시 지회장
- 홍조근정 훈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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