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조합원인 김윤경(가운데), 손은숙(맨 오른쪽) 에너지컨설턴트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가정을 방문해 에너지 절약 방법과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모든 가정이 에너지 절전소
플러그만 빼도 새는 전기·돈 아껴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염소뿔도 녹는다’는 대서(大暑)·중복이 지났다. 절기상 더위가 가장 심한 날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장마가 끝난 후 다시 찾아올 무더위에 전력난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더위도 전력난도 잊을 수 있는 휴가를 더욱 손꼽아 기다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보다 더 휴가를 원하는 이(?)가 있다. 요즘 들어선 더 자주, 더 강하게 이상 신호를 보내온다. 온실가스에 몸살을 앓는 지구가 힐링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뭉친 이들이 있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가정과 마을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그 줄인 에너지를 재생가능 한 태양광 에너지 등으로 바꿔나가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에너지협동조합은 현재 은평구와 함께 ‘에너지 클리닉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클리닉 사업이란 소비·대기전력 등 가정의 전력사용 실태를 진단하고, 실질적으로 전력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정보 등을 안내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서울시가 25개 자치구별로 민간단체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진단은 전문교육과정을 통해 선발된 ‘홈 에너지컨설턴트(2인 1조)’가 전력측정기를 사용해 한다.

지난 15일 에너지협동조합 조합원인 두 명의 에너지컨설턴트와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에너지 클리닉 서비스’를 신청한 가정이 있어 방문하는데 함께 동행했다. 이 가정은 이미 개별스위치형 멀티콘센트(절전형 멀티탭) 사용 등을 통해 전기절약을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윤경 컨설턴트가 전력측정기를 사용해 실제 사용 중인 전자제품의 소비전력과 대기전력을 비교해 보여 주자, 주부의 눈길과 손길도 덩달아 바빠졌다. 전기를 더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지, 새는 전기는 없는지 꼼꼼히 체크하고 살폈다.

실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집안 곳곳에선 전기가 새나가고 있다. 특히 이사할 때 빼고는 거의 확인하지 않는 보일러실. 보일러 콘센트는 어디 있을까?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보일러는 주로 겨울에 사용하고 여름에는 씻을 때를 제외하곤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플러그는 1년 내내 꽂혀 있다. 세탁기도 마찬가지다.

거실과 안방, 주방도 한 번 살펴보자. 셋탑박스와 TV, 인터넷 모뎀, 유무선 공유기, 오디오, DVD, 컴퓨터, 프린터 등은 물론 전자렌지, 가습기, 형광램프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 플러그는 사용하지 않을 때도 항상 꽂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플러그를 꼽았다 뽑았다 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플러그가 꽂혀 있으면 대기전력 때문에 전기가 소모된다는 사실. 대기전력이란 해당 가전제품이 작동하고 있지 않을 때도 플러그가 꼽혀져 있을 때 소비되는 전력을 말한다. 따라서 플러그만 빼도 새는 전기를 잡을 수 있고 새는 돈도 아낄 수 있다. 다만 그 규모가 작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다.

실제 김윤경 에너지컨설턴트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은평구에 거주하는 220세대에 에너지클리닉 서비스(에너지 무료진단)를 실시, 그 중 70세대를 정리한 결과 각 가정별로 평균 25~30㎾의 대기전력이 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 대기전력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가전제품 ‘BEST 5’는 무엇일까. 평균 대기전력 소비량(W) 1위는 셋탑박스(12.3)다. 그리고 인터넷 모뎀(6.0), 스탠드형 에어컨 및 보일러(각 5.8), 오디오 스피커(5.6), 홈 시어터(5.1) 등의 순으로 대기전력이 높다. 물론 같은 종류의 가전제품이라도 제조사에 따라 대기전력은 다르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집집마다 시민에너지절절소 운동을 벌이고 옥상마다 시민햇빛발전소를 세우고, 마을에너지학교를 운영하는 것이다.

시민에너지절전소는 각 가정에서 전기를 생산하진 않지만 ‘줄이는 것 자체가 곧 발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가정 한 가정이 모두 절전소라는 말이다. 또 조합원 출자로 세운 시민햇빛발전소를 통해서는 전기를 판매해 그 수익으로 동네에 착한 일자리를 만들고 탈핵,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김윤경 컨설턴트는 이 일을 하면서 종종 황당한 일도 겪는다고 한다. 일례로 한 가정을 방문한 후 며칠 뒤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셋탑박스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뽑고, 사용할 때는 다시 꽂고 했는데 고장이 났다는 것이다. 서비스센터 기사는 ‘플러그를 빼놓았기 때문’이라며 고장의 원인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다.

이에 대해 손은숙 에너지컨설턴트는 “가전제품을 껐다 켰다 한다고 해서 고장이 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기업은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보다 제품의 질을 높이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가정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데 가장 큰 방해요소로 주부들은 ‘남편’을 꼽는다고 했다. 남편들은 “그 적은 돈 아끼자고 TV 켜는데 이렇게 오래 기다리느니 차라리 그 돈 내가 줄께”라는 식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아내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자니 ‘빨리빨리’에 길들여져 기다리는데 익숙하지 못한 남편들이 이참에 에너지도 절약하고, 인내심도 길렀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후덥지근한 요즘 땀을 많이 흘리는 김윤경 컨설턴트는 걱정이 하나 생겼다. 땀 때문에 힘들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되고 이는 결국 기후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점 때문이다.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여름에는 더운 게 당연하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는 폭염도 장마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실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자꾸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서 어두운 표정을 내비쳤다.

그는 또 “우리는 전기를 사용할 때 콘센트 너머로 전기가 어떻게 오는지, 전기를 사용함으로써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전기를 사용할 때 한번쯤 이런 것을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