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저자 명법스님

▲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저자 명법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깨달음 얻고 중생에 전하는 게 행복한 삶
사회·종교 내 약자·소수자 배려문화 절실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학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예사로운 경력이 아니다. 미학과는 미와 예술에 관한 순수 이론과 그 응용 방면에 관한 교과 과정을 배우는 학문이다. 졸업 후에는 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통념을 깨고 출가한 사람이 있다. 그 스님은 최근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한 비구니스님 명법이다.

스님은 현재 대한불교조계종 교수아사리를 맡고 있으며 서울대·홍익대·동국대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명법스님을 어렵사리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불교란 어떤 종교인가
불교는 스스로 변화하는 종교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고통받는 이유를 깨닫고 수행을 해서 그 해결 방법을 찾아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깨달음을 얻어 나만 행복한 사람을 사는 게 아니라 고통받고 있는 중생들을 구제해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또한 불교의 기본은 인과를 아는 것이다. 현재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과거 내가 지은 업의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 좋은 인연을 만들어야 한다.

- <미국 부처님은 몇 살입니까> 출간 동기와 이 책에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2007년 겨울, 학술연구재단 국외 연수 과정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연수 기간은 1년 6개월이었다. 그 과정 중 불교계 인터넷언론에 ‘서양문화에 나타난 불교 코드’를, 귀국 후에는 불교계 신문에 ‘세계 속 한국불교’라는 제목으로 연재 글을 기고했다. 두 언론의 연재 글 중 일부를 추린 뒤, 원래 계획했으나 메모만 해 둔 글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써서 한 권으로 묶었다.

이 책은 한국불교라는 틀 속에서 미국불교를 본다든지 또는 한국불교를 전파하려는 국가주의적 입장보다는 불교라는 넓은 틀 속에서 불교의 가르침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또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불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한국불교이든 미국불교이든 같이 고민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불교를 한국불교 전파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적 입장, 수행을 같이하는 도반의 입장 즉 협력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전환적인 사유를 통해 우리 불교를 변화시키는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한국불교가 자기 위치에서 고착된 부분이 있는데 국제사회에서 한국불교가 좀 더 폭이 넓어지고 세상과의 접점을 넓혔으면 하는 마음도 실었다.

- 한국불교 문화의 세계화에 관한 생각은
한국불교 문화를 상품화해서 세계에 전파하는 일에는 개운치 않은 점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 티베트 등 다양한 불교의 전통들은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 그런데 일본불교는 마치 불교가 자기의 것처럼 서구에 전파했다. 자기 문화에 맞게 변화된 불교를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전파하는 것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겪었듯이 전파된 곳의 문화에 맞게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나라의 불교문화를 전하려는 것보다 지구촌에 직면한 자본주의의 한계, 물질문화, 인간소외, 지구환경의 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불교적인 지혜를 기르고 힘을 모아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 불교계(조계종)의 남녀평등 현실은
지난번 조계종 중앙종회 때 ‘비구니스님의 호계위원 참여에 관한 건’으로 불협화음이 일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비구니스님에게 여러 가지 제약을 두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도 부처님의 계율과도 맞지 않는다. 이외에도 조계종 종헌·종법에는 남녀와 출·재가자들을 차별하는 조항이 들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헌·종법을 운용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도 개혁과 함께 의식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사부대중이 공동체라는 생각,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한국 사회에서 불교의 사회적 역할은
많은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억압을 받는다면 중생을 구제하는 측면에서라도 불교가 사회 문제에 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종교,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는 게 내 견해다. 옛날 스님들이 승병이 되어 싸웠듯이 나라가 위급할 때는 종교가 일정 부분 그 역할을 감당
해야 한다. 불교가 중생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대변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 사부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은
출가자들은 주로 재가자들의 보시로 생활한다. ‘일미칠근(一米七斤)’ 즉 한 톨의 쌀을 얻기 위해 농부가 일곱 근의 땀을 흘린다는 말이 있듯이 보시의 중요성을 스님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스님들의 생활은 절제되고 검소했으면 하는 게 내 생각이다. 재가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사찰의 좋은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스님들을 너무 의지하는 수동적인 신행 생활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앞서 언급 했듯이 불교는 자기 스스로 변화해서 고통에서 벗어나는 종교다. 가르침을 주는 스님에게 바르게 배우고 자기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재가자들이 타성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변화를 모색하면 불교계의 문제도 해결되고 스님들의 의식도 바뀔 수 있다. 자기 변화를 스스로 감당하여 바른 신앙생활을 하면 불교도 바르게 변화할 것으로 믿는다.

- 종교 간 평화를 위해선
시민의식이 먼저 성숙해야 한다. 아울러 다른 문화, 타인에게 관용이 있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동질성이 강해 다른 문화를 잘 용납하지 않는다. 그것이 종교적으로 더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약자 또는 소수자를 배려하는 문화로 바뀌면 이웃 종교에 대해서도 배려하는 문화가 조성될 것이다.

자기 종교를 깊이 있게 수행하면 이웃 종교에도 열린 마음이 생길 것이다. 나에게 이웃 종교에 관해 열린 마음이 없다면 내 종교를 깊이 있게 수행하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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