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대의민주주의제 국가다. 대의(代議)민주주의는 국민이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하여 정책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민주주의를 말한다. 국민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그 대표자인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을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운영 일체를 맡겨 일을 보게 한다. 그러므로 현대 정치의 대세라 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가 잘 운영되려면 무엇보다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에서부터 그 제도적 장치가 완벽하게 마련돼야 한다.

특히 행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집행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소임은 국민 또는 그 지자체의 주민들이 대표자로서 역할을 일임했기 때문에 막중한 것이다. 현재 국회가 당면한 현안을 다루면서 사사건건 여야의 의견이 맞서 있는 가운데, 지역정치의 핵심 현안이었던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두고 그동안 논란이 있어왔다. 이 현안은 지난 대선 때에 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사항이 된 만큼 그 약속이행 여부가 정치계와 지역정가 및 일반국민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두고 고심해온 터에 민주당이 발 빠르게 전당원투표에 붙여 폐지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전국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공천 폐지에 대한 당원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의 67.7%가 공천 폐지에 찬성했고, 32.3%가 반대했다. 이를 근거로 민주당에서는 일찌감치 당론으로 확정하고 여당과 협상에 나설 계획이지만 새누리당은 아직 기초선거공천제에 대한 당론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새누리당은 12년 동안 한시적으로 공천제를 폐지하고 선거를 해본 뒤에 폐지 여부를 다시 정하는 ‘일몰제’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대선공약과도 배치되고, 국민 여망에 어긋나는 방편일 뿐이다. 그동안 영호남 등 일부지역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되는 관계로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고, 지방정치가 중앙의 예속화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주당이 국민 여망을 담아 발 빠르게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결정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