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추석계기 이산가족상봉행사에서 2박3일간의 상봉을 마친 이산가족이 작별상봉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상봉 신청자 13만여명 중 6만여명 사망
“10년 후면 거의 다 돌아가시게 돼 걱정”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지난 2010년 이후 상봉이 중단된 가운데 이산가족 등록자 중 상당수가 사망했다. 이북에서 태어나 월남한 이산가족 1세대는 70만 명 정도 국내에 생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봉이 늦으면 늦을수록 당사자들은 이별의 한을 풀지 못한 채 눈을 감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신청자는 12만 8824명에 달한다. 이중 생존자는 7만 2864명, 사망자는 5만 5960명이다. 전월대비 사망자는 613명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사망자 비율은 수년 내에 생존자 비율을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 현황을 보면 90세 이상이 6763명으로 9.3%, 80~89세가 2만 9480명으로 40.5%를 차지했다. 생존자의 절반 가까이가 80세 이상 고령층인 셈이다. 70~79세는 2만 2300명(30.6%), 60~69세는 8327(11.4%), 59세 이하는 5994명(8.2%)이다. 이처럼 생존자의 고령화가 높아 사망자는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이상철 위원장은 “이산가족 당사자의 연세가 높아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70세 이상인 노인이 80%가 넘어 향후 10년 정도면 거의 다 돌아가시게 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산가족 상봉의 시작은 지난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한적십자사가 제의한 ‘1천만 이산가족 찾기운동을 위한 회담’ 개최에 북측이 수락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의 토대가 마련됐다. 1985년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방문 형식으로 첫 번째 상봉이 이뤄졌다. 당시 방문단을 통해 우리 측에서 35명, 북측에서 30명이 각각 휴전선 너머 가족을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은 15년 뒤 제1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다시 물꼬를 텄다.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풀어나가자는 합의에 따라 두 달 뒤인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과 평양에서 제1차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이 이뤄졌다. 이어 같은 해 11월 제2차 방문단 교환, 2001년 2월 제3차 방문단 교환이 진행됐다.

2002년 4월에 열린 제4차 상봉 행사는 금강산에서 개최됐다. 이때부터 우리 측 이산가족 방문단과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이 교대로 금강산에 방문해 상대 측 상봉가족을 만나는 순차방문 형식으로 상봉이 진행됐다. 그해 9월 열린 제5차 상봉 행사도 금강산에서 같은 방식으로 열렸다. 2005년부터는 화상 상봉이 7차까지 이뤄지기도 했다.

2013년 1월까지 총 18회의 방문 상봉이 이뤄졌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에 게시된 통계를 보면 상봉자는 1985년부터 2010년 11월까지 생사확인 7337건(5만 3070명), 서신교환 679건(679명), 방남상봉 331건(2700명), 방북상봉 3498건(1만 5443명), 화상상봉 557건(3748명)으로 집계됐다. 상봉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중단됐다.

최근 남북대화 분위기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거론되고 있지만,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로 남북한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산가족 생사를 먼저 확인한 후 서신교환이나 정례 상봉 행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재결합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면회에 불과한 상봉 행사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6.15 남북공동선언 때의 시범 행사가 굳어져서 이산가족 해결 방안인 것처럼 비치고 있다”며 “국민도 감격적인 상봉 장면만을 보고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으로 보는데, 당사자들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산가족을 상봉한 이들도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상실감이 커 80~90%는 다른 분들보다 일찍 돌아가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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