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조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물품 보관 및 대여 확인서

금형은 누구의 것? 3200만원 ‘공방’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금형을 놓고 양측이 공방을 벌이는 핵심에는 ‘소유권’ 문제가 있다. LG는 금형제작비 3200만 원을 지원했으므로 소유자는 LG라고 주장한다. 자사 물건을 D사로 가져가 사용한 것뿐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LG의 주장에는 2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첫째는 LG가 진정 소유자라면 3년 동안 돌려주지 않던 금형을 고 씨의 특허권 침해 고소 후 보름 만에 돌려줄 필요가 없었다는 것. LG 측은 고 씨가 ‘돌려달라’는 요구를 3년 넘게 한 번도 안하다가 느닷없이 고소를 했다고 하지만 이는 정황상 설득력을 가지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제작비 3200만 원에 대한 의미다. 범창 측은 관례대로 모형 제작을 위한 실비를 받았을 뿐이며, 이후 양산을 통해 돈을 벌 생각으로 최소한의 비용만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LG는 충분한 돈(3200만 원)을 지급했으며 그것으로 금형의 소유권은 LG에 속한다고 말한다.

한 법률 기관에 이에 대한 자문을 구하자 “양측 입장에 따라 주장에 큰 차이가 있다. 재판을 통해 총체적 사실 관계를 고려하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기업이 재료비 명목으로 돈을 지원했지만 설계도와 기술은 중소기업에 속했으므로, 도급인지 매매인지 등을 세심히 따져보기 전에 섣부른 판단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LG전자, 문서위조 했나?

양측의 수년째 이어진 공방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문서위조’다. LG 측은 금형을 가져가기 위해 범창과 정상적인 협의 과정을 거쳤고, 이 증거가 바로 ‘물품보관 및 대여확인서’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고 씨 측은 이 서류가 모두 ‘위조’됐다고 말한다. 2005년 LG가 금형을 가져가던 날, 고 씨는 서류를 구경도 하지 못했다.

문제의 서류는 고 씨로부터 고소를 당한 LG 측의 관계자가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 받을 당시에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 사건 당일 작성됐다는 이 서류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2가지 있다. 7월 30일에 체결된 구매기본계약서 내용에 근거해서 금형을 가져간다는 내용인데 7월 30일에 체결된 계약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인란에 찍힌 범창공업사의 명판도 평소 고 씨가 사용하던 것과는 다르다.

이에 대해 LG 측은 “(7월 30일) 계약서가 왜 없는지는 우리도 모른다. 명판도 왜 다른지 설명할 길은 없다”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이 문서는 틀림없는 진짜’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욱 모순되는 점은 영등포경찰서에서 LG관계자가 진술한 내용이다. 영등포경찰서 사건 담당 경위가 LG관계자의 진술을 정리한 내용을 보면, 2005년 9월 사건 당일에 LG전자 담당자와 범창공업의 고기목 대표, D사의 관계자 등 3인이 ‘엘지전자 창원공장’에서 만나 ‘물품보관 및 대여확인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LG측의 일관된 주장에 따르면 처음부터 ‘D사’로 금형을 옮겨 생산하기로 고 씨와 합의를 했다. 따라서 ‘엘지 창원공장’은 끼어들 틈이 없다. 반면 고 씨는 엘지 창원공장으로 간다고 했던 금형이 느닷없이 다른 경쟁사인 D사로 옮겨간 점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따라서 사건 당일의 정황은 고 씨의 주장이 사실과 더 가깝다는 데 무게가 실리게 된다.

‘정당하다’는 LG… 실시료는 얼마 냈나?

LG 측은 금형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아무 잘못 없다’ ‘모든 것이 고 씨의 허위 주장일 뿐이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또 금형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언론을 통해 누차 강조해 왔다.

하지만 설령 일정 부분의 소유권이 LG에 인정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실시료’ 부분이다.

LG와 범창공업 간의 기본계약서 38조 4항은 ‘특허권 등 지적재산권을 상대방에 허여할 수 있다’고 실시권을 LG에 부여한다. 하지만 계약서는 실시권을 사용할 경우 이와 관련한 각종 사항을 ‘상호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았다. 즉, 금형을 범창공업으로부터 가져갈 경우 LG는 사용기간과 무상/유상 여부, 유상일 경우 지불할 금액(실시료) 등을 계약서로 작성했어야 한다.

하지만 LG전자는 이런 부분을 전혀 협의한 일이 없으며 계약서도 제시하지 못한다.

고 씨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관련 재조사를 요청한 상태며, 실시료가 전혀 지불되지 않은 데 대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 청와대에 이 사연을 진정으로 제기해 올해 5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통지를 받았다. 그동안 LG전자가 문서위조 등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대한 항고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고 씨는 이에 지난달 19일 항고장을 접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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