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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VS 중소기업 ‘치열한 진실게임’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문제의 2005년 9월 사건 당일에 대한 LG의 설명은 다르다. LG전자는 당시 그 부품이 특허등록된 줄도 몰랐다는 것.

그러나 당일 D업체로 금형을 직접 옮겼던 LG 김모 구매차장이 고 씨와 통화한 녹취록을 보면 이 같은 LG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난다. 김모 차장은 녹취록에서 “그것도 특허가 있는 걸로 돼 있었는데”라며 자신이 특허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또 금형을 옮겨간 LG와 D업체는 약 10일 후 CAD(도면)를 보내달라는 요청서를 범창공업에 보낸다. 불량률을 잡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고 씨는 약속과 다른 곳으로 금형이 옮겨간 사실 때문에 도면을 내주지 않았다. LG의 주장처럼 고 씨로부터 정상적인 동의를 얻어 금형이 옮겨갔다면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을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LG는 강압이 전혀 없었으며 금형을 옮긴 이유는 ‘불량률’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고 씨는 “95년부터 LG와 10년째 거래를 했다. KA모델은 LG 본사의 검사를 통과한 초품이 나온 후 테스트 중이었다”고 반박한다.

범창은 불량률이 문제될 정도로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기업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LG가 인천에 있는 범창공업과 왜 굳이 거래를 했겠나. 구미에 위치한 문제의 D업체를 비롯해 다른 가까운 곳과 거래해도 충분하지 않은가. LG는 당시 범창의 기술력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정황을 되짚었다.

반대로 LG 주장은 불량률이 높아 D업체로 금형을 옮겨 생산하는 데 고 씨가 ‘동의’했고, 그 후에도 불량이 계속되자 결국 D사가 9개월 후 자체적으로 새로운 금형을 개발해 사용에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LG 주장은 앞뒤가 안맞는 점이 또 있다. LG는 범창의 부품을 자사 제품에 사용할뿐 아니라 제3의 업체에 납품도 겸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량 때문에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상대사에 패널티를 물게 되고 이를 범창에 구상권으로 청구하게 되므로 D사로 금형을 옮겼다는 게 LG가 밝힌 이유다.

그러므로 만일 금형을 옮긴 후 CAD도면을 요구했는데도 범창이 이를 거절함으로써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LG는 책임을 고 씨에게 묻고 구상권을 청구했어야 한다.

LG가 공정위 제조하도급과에 제출한 ‘소명서’를 보면 D사가 범창의 밸브플레이트를 9개월만 사용했고 2006년 6월부터는 D사가 스스로 개발한 금형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고 씨가 CAD(도면) 제공을 거부하면서 최소 9개월간은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도면을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당시에 ‘어쩔 수 없다’며 그냥 넘어갔다는 게 LG 측 설명이다. 이는 다른 주장들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허권에 대해서는 ‘특허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하자 그제야 특허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한다. LG 측 표현을 빌리자면, 필요 없어진 ‘고철값밖에 안되는 금형’에 갑자기 특허 문제가 불거져 그냥 돌려보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고 씨 입장에서는 김장철 시즌만 보내기로 했던 금형이 3년 반 만에 ‘고철’이 되어 돌아온 셈이었다. 금형을 되돌려 받은 건 고소한 지 15일 만인 2009년 2월의 일이다.

특허 문제… ‘시비 걸지마!’

고소를 당하자 LG전자는 곧 특허청에 특허침해심판청구(소극적권리심판청구)를 했다. ‘소극적권리심판’이란 자사가 생산하는 냉장고 ‘특정 제품’에 쓰인 부품이 고 씨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받는 것이다. LG는 여기서 승소를 했고, 이후로는 ‘특허 문제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고 일관했다.

LG는 오히려 “고 씨의 특허를 무효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고 씨의 특허보다 먼저 등록된 (원천)특허를 발견했으므로 이를 이용해 고 씨의 특효를 무효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허 전문가에 따르면 LG가 무효화 심판을 걸지 않고 소극적권리심판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 2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는 LG측 주장대로 ‘돈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둘째는 고 씨의 특허를 무효화하기 위해 찾아낸 특허로는 소송을 이길 가능성이 미약한 경우다. 진실이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효화 소송’이 일반적이라는 사실로 미뤄볼 때 LG가 찾아냈다는 특허로는 그만큼 승소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크다.

고 씨의 경우 특허권자로서 적극적권리심판을 제기하면 LG의 특허 침해 여부를 다시 심판대에 올릴 수 있지만, 증거확보 및 경제적 여건 문제 등으로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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