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공: 조우성 변호사)

조우성 법무법인(유)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억울한 일이 있다고 다 소송을 하지는 않아요. 억한 심정에 변호사를 찾아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분노 뒤에 가려진 상황을 직시하고 마음을 케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죠.”

사건을 맡을 때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가 아니라 ‘의뢰인이 어떻게 할 때 마음에 평안을 얻을 수 있을까’부터 생각한다는 조우성 법무법인(유)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사람들이 소송을 하는 이유가 시비를 가리는 과정이 아니라 치유의 과정이자 분노를 풀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과정에 기꺼이 동행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경청’과 ‘공감’이다. 의뢰인이 돈 주고 사는 변호사가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위안받고 싶은 변호사이고 싶다는 그를 만나 18년차 법조인의 삶에 녹아든 힐링법을 들어봤다.

◆마음치유 되지 않으면 승소해도 패자
조 변호사는 재판에서 승소해도 승자가 아니고 패소해도 패자가 아닌 경우를 자주 봐왔다. 중요한 것은 법적인 승소·패소보다 마음의 상처를 씻었는지 여부다. 법적으로 패소해도 후련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이고 자기치유를 하는 사람만이 다시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고.

이때 자기치유는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공감했을 때부터 이뤄진다고 조 변호사는 말한다. 그는 처음 변호사 생활을 할 때만 해도 소송에서 이기는 데만 급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10년쯤 지나면서 사건위주가 아닌 사람위주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의뢰인과 상담하는 시간도 다른 변호사보다 2배는 더 길다. 의뢰인과의 식사도 빼놓지 않는다. 사실 의뢰인과의 식사는 사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조 변호사는 “식사를 하면서 가족관계, 살아온 이야기 등을 듣다 보면 마음이 빨리 열린다”면서 “서로 편하고 신뢰가 쌓인 상태에서 해당 사건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사건 수행이 더 수월하다. 또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의뢰인과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정성스럽게 남을 도우며 살라’는 이름처럼 살고 싶어 이 길을 택했지만 처음에는 검사가 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는 “검찰청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중 진로를 바꿨다”면서 “당시 피의자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조서에 써서 지도 검사에게 가져가면 ‘이러한 부분은 안 써도 되는데 왜 자꾸 쓰느냐’고 하더라. 아마 검사가 됐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슬럼프, 지난 17년간 사건 되짚어보면서 이겨내
그러나 승소와 패소가 반복되는 변호사 생활이 마냥 즐거울 수는 없는 법. 작년 5월에는 정성을 들인 사건 두 개를 내리 지면서 변호사가 적성에 맞나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이 시기에 개인 블로그에 올린 에피소드 하나가 계기가 돼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법정 에세이를 쓰게 됐다. 이 책은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의 변호사 버전이기도 하다.

조 변호사는 “책을 쓰면서 지난 17년간 법조인으로서의 삶을 점검하게 됐다. 의뢰인과 울고 웃으며 열심히 사건에 임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힐링이 됐다”면서 “특히 탈고하는 순간 방전 직전에 배터리가 충전되는 기분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책이 힐링 에세이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 책에는 서민들의 얘기, 그리고 개인적으로 승소한 사건뿐 아니라 패소한 이야기들도 담았다”면서 “의뢰인들이 겪는 갈등은 다르지만 결국 ‘공감’만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인간미 넘치게 보여줄 수 있어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은 가족과도 더 돈독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조 변호사는 “언젠가는 딸들에게 아빠가 사람들과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는데 이 책이 그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다른 변호사보다 4~5배 다양한 일… “연관된 일이기에 가능”

그는 현재 변호사 본업뿐 아니라 인문학·협상·리더십 강의, 집필, SNS 커뮤니티 활동, 여러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보통 변호사보다 4~5배는 더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 변호사는 “하나의 활동을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소송 업무를 하면서 소재를 발굴해 글도 쓰고 강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경청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대한가를 실제사례를 들어 강연도 하고 있다. 특히 SNS 활동과 이번 책 발간은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경청의 중요성을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여러 전문가로 이뤄진 법률지원단 ‘경청’도 책과 SNS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그는 “이 책을 보고 ‘해결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얘기하고 싶었다’는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 “이들에게 구체적인 솔루션은 주지 못해도 경청할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활동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법률·심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신청해왔다”며 신청자들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경청은 하나의 마음 자세다”면서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직장, 집, 사회 어디에서든 갈등이 있을 수 있다. 이럴 때 내 주장을 관철하려고 하기보다 경청하기 위해 노력하면 관계가 회복되는 마법이 일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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