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 사진 통해 우리의 자화상 되짚어 보길”
“국가가 할 일을 개인이 하고 있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사진 수집가이면서 발명가인 정성길(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 관장이 100년 전 사진을 들고 KTX 5개역사 순회 전시에 나섰다.
먼저 서울역 KTX에서 지난 6일 전시를 시작해 오는 24일까지 진행한 뒤 바로 대전역으로 옮긴다. 이후 대구, 울산, 부산을 순차적으로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서 정성길 관장은 약 100년 전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시대에 이르는 사진 약 80점을 선보이는 중에 있다.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진행되는 강화도 조약 사진, 조선의 마지막왕손 이구 공을 비롯한 왕족들이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는 모습, 위안부로 강제 이송되는 여성들의 모습, 3.1만세운동 모습 등의 역사적 사건이 담긴 사진은 우리의 굴욕적인 순간을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다시는 똑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다짐하게 만든다.
그 외에도 놀이, 결혼식, 학교풍경 등 당시 문화와 풍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됐다.
전시를 마련한 정 관장은 지난 1974년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연수차 독일에 갔다가 현지 선교사와 신부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담긴 옛 사진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돼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워낙 귀한 사진들이기 때문에 모으는 데도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특허만 약 50개를 냈을 정도로 뛰어난 발명가다. 각종 대회에서 발명왕 상을 받기가 일쑤였다.
이런 그에게 더 큰 관심은 발명이 아닌 다른 데 있었다. 바로 외국 선교사들이 찍어놓은 옛 우리 선조들의 사진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재산 뿐 아니라 특허를 내서 벌게 된 돈 마저 사진들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충당했다. 선교사들의 유족을 찾기 위해 몇 년이 걸려 수소문한 끝에 어렵게 찾아내 구한 사진들도 상당하다.
정 관장이 전시를 마련한 목적은 사진을 관람하면서 이방인에게 비친 우리의 자화상을 되짚어보며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다.
그는 “사진은 기록을 위한 표현수단이란 점에서 그 가치가 있으며 역사를 규명하고 보존하는 데 영상보다 더 믿을 수 있는 기록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순회전시는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한 시대를 재조명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할 수 있도록 재현해 봤다”고 전시를 소개했다.
이어 “우리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읽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빛바랜 사진을 통해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 “역사는 기록 없이는 존재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또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입증하지 못한다면 민족의 올바른 얼은 계승할 수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비록 우리가 주체적으로 남긴 기록 영상은 아니지만 우리 선조들이 살아온 한 시대를 전통계승 한다는 차원에서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알리기 위해 순회 대장정에 홀로 나선 것”이라면서 “본래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건만, 그렇지 못해 한 개인이 하고 있다”며 역사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일침을 가했다.
특히 정 관장은 사진을 통해서도 잘못된 문화재의 모습이라든가 왜곡된 역사에 대해서도 앞으로 파장이 예상되지만 바로잡아 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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